[리뷰] 반가움과 불편함의 공존. HD로 돌아온 코만도스3

흔히 잠입 액션 게임이라고 하면 코지마 히데오의 '메탈 기어 솔리드'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잠입 액션 장르에 큰 획을 그은 게임이 있다.

지금은 사라진 스페인 개발사 파이로 스튜디오에서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영국 특수 부대원들의 활약을 다룬 '코만도스' 시리즈다. 그린베레, 저격병, 공병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춘 소수의 부대원을 조작해 암살, 구출 등 다양한 미션을 즐길 수 있으며, 액션성에 퍼즐의 재미까지 더해서 출시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코만도스3 HD 리마스터
코만도스3 HD 리마스터

특히 수색, 혹은 경계근무를 하다가 시체가 발견되면 ‘알람’을 미친 듯이 외치며 화면 안에 모든 적들이 뛰어나오는 요소 때문에, 극악의 난이도 게임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인기 덕분에 '데스페라도' 시리즈, '로빈훗 : 셔우드의 전설' 등 비슷한 형식의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기자 역시 이런 매력에 푹 빠져 직접 공략을 작성해 연재한 적이 있으며, 아직도 전 시리즈 패키지 버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스팀 버전도 구입해뒀기 때문에 최신 컴퓨터에서도 큰 문제없이 즐길 수 있는 상태이지만, HD로 업그레이드된 '코만도스3'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코만도스3 HD 리마스터'를 실행해봤다.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없앨 수 있다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없앨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돌아온 '코만도스3 HD 리마스터'는 원래 개발사인 파이로 스튜디오가 아닌 '트로피코' 시리즈로 유명한 칼립소 미디어를 통해 출시됐다. FPS의 변신을 선택했던 외전 '코만도스 스트라이크 포스'가 흑역사로 남으면서 개발사인 파이로 스튜디오가 망했고, '코만도스' IP(지식 재산)를 칼립소 미디어가 모두 인수했기 때문이다. 칼립소 미디어는 이전에 '코만도스2 HD 리마스터'를 출시했으며, '코만도스' 시리즈 새로운 신작도 개발 중이다.

개선된 그래픽
개선된 그래픽

신작이 아닌 예전 시리즈의 리마스터인 만큼 게임 콘텐츠 자체는 큰 변화없이 이전과 동일하다. 그래픽이 개선되고, 콘솔 버전까지 등장하면서 조작 및 인터페이스가 약간 변경됐으며, 2~8명의 이용자가 참여하여 ‘데스매치’ 또는 ‘깃발 수집’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도 추가되는 등 소소한 변화만 있다(게임 내 나치 요소들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수 있으니, 게임 내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없애는 메뉴가 추가된 것은 나름 인상적인 부분이다).

화면 분할로 여러 위치의 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화면 분할로 여러 위치의 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많은 팬을 통해 재미가 검증된 게임을 고화질 그래픽으로 다시 즐길 수 있다고 하면 이전에 이 시리즈를 안해본 사람이라면 몰라도, 팬들에게는 무조건 만족스러운 경험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반가움을 넘어서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출시됐던 '코만도스2 HD 리마스터'처럼 자잘한 버그들이 자꾸 눈에 걸리며, 그래픽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플레이화면만 개선되고, 이벤트 영상은 이전 버전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도트가 잔뜩 뭉개져 있는 이벤트 영상이 개발사의 성의 부족으로 느껴진다.

이벤트 영상은 과거 버전 그대로
이벤트 영상은 과거 버전 그대로

'코만도스2 HD 리마스터'에서 단축키를 없애버려 잔뜩 욕을 먹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단축키가 다시 부활하긴 했다. 하지만 이것은 PC 버전의 얘기이고, 기자가 플레이한 콘솔 버전은 “불편함을 감수하면 패드로 플레이할 수 있긴 하다” 정도의 조작감을 제공한다.

콘솔 조작은 많이 불편하다
콘솔 조작은 많이 불편하다

원래 재미있는 게임이니 패드 조작에 적응하면 그럭저럭 할만하긴 하다. 하지만 ‘코만도스’ 시리즈 최고의 팬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미미미 프로덕션에서 ‘코만도스’ 시리즈를 대신할 수 있는 기가 막힌 결과물을 이미 내놓은 상황이다보니 굳이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세계관이 다른 ‘섀도우 택틱스 : 블레이드 오브 더 쇼군’과 ‘데스페라도3’가 ‘코만도스’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완전히 대체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콘솔까지 모두 아우르는 쾌적한 플레이는 분명 '코만도스' 시리즈보다 훨씬 진화한 재미를 선사한다. 새로운 신작을 위해 IP 유지 차원에서 출시한 HD 리마스터 게임인 만큼 많은 투자를 할 수 없었을 테니, 다음에 나올 신작은 확실히 나아진 모습으로 원조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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