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게임도 AI도 잡는다?” AI 활용에 진심인 게임업계

신승원 sw@gamedonga.co.kr

게임 개발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 특히 대형 게임은 그래픽 품질, 콘텐츠 규모, 멀티플랫폼 대응, 라이브 서비스 운영, 글로벌 현지화까지 모두 요구받는다. 여기에 점점 상향 평준화되는 게임 퀄리티에 맞춰 개발 기간은 길어지고, 출시 후에도 업데이트와 이벤트, 보안 대응, 커뮤니티 관리가 계속 이어진다.

2004~2023년 주요 게임 개발비 / 옴디아
2004~2023년 주요 게임 개발비 / 옴디아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Why is Game Development so Expensive?’ 분석에서 최근 몇 년간 게임 개발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고, 팬데믹 이후 게임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더 큰 문제가 됐다고 짚었다. 개발비는 오르는데 시장 성장은 예전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 부담을 그대로 이용자에게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패키지 게임 가격 인상이나 과금 모델 강화는 이용자 반발로 이어질 수 있고,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 정책은 흥행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게임사 입장에서는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AI가 주목받는다. AI는 게임 개발비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 도구는 아니지만, 반복적이고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여겨진다.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 모건스탠리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 모건스탠리

비용 절감 기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AI 도구는 게임 개발 비용을 거의 절반 수준까지 낮추고 전 세계 게임업계에 연간 약 220억 달러의 추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됐다. 모건스탠리는 환경 제작, 대사 생성, 소프트웨어 테스트 같은 노동집약적 업무의 자동화가 개발 기간 단축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고, 강력한 IP와 데이터, 플랫폼을 가진 대형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게임사들은 게임 제작과 운영에 필요한 AI 기술 자체를 회사의 경쟁력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르코 3D
바르코 3D

국내에서 눈에 띄는 사례는 엔씨소프트다. 엔씨는 일찍부터 AI 연구조직을 운영해 온 게임사이고, 최근에는 AI 자회사 NC AI를 중심으로 자체 AI 브랜드 ‘바르코’를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바르코 3D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3D 에셋 제작을 겨냥한 AI 도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3D 에셋 제작은 고비용과 긴 제작 시간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영역인데, 바르코 3D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기반으로 게임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3D 에셋을 생성하고 정제하는 방향을 내세운다.

최근에는 성능도 더 고도화되고 있다. NC AI가 공개한 바르코 3D 2.0의 경우 전문가가 기존 방식으로 약 4주가량 작업해야 했던 3D 에셋을 최대 3분 만에 생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바르코 3D 2.0은 최대 4K 해상도의 고품질 텍스처를 지원하고, 원본 이미지의 색감과 재질, 마모 표현까지 구현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게임 제작에서 3D 에셋은 캐릭터, 배경, 장비, 오브젝트 등 거의 모든 시각 요소의 기반이 되는 만큼, 이 영역의 자동화는 개발비와 제작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기대된다.

NC AI가 바르코 3D를 활용한 게임 제작 공모전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 개발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외부 창작자들이 AI 기반 제작 도구를 직접 경험하도록 SaaS 형태로 제공하며 생태계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관련 공모전에서는 참가팀이 게임 내 핵심 에셋의 50% 이상을 바르코 3D로 제작하도록 했고, 심사에서도 게임 완성도와 독창성, 바르코 3D 활용 정도, 도시 IP 요소의 완성도 및 활용 적합성 등이 평가 기준으로 제시됐다. 게임사가 AI를 내부 기술로만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창작자를 겨냥한 제작 인프라로 확장하려는 사례다.

넥슨도 AI를 자체 기술 역량으로 축적해 온 대표적인 게임사다. 넥슨은 2017년 AI·데이터 분석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한 뒤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하며 게임 운영과 데이터 분석 영역에서 AI 활용을 확대해 왔다.

NDC
NDC

아울러 넥슨은 2026년 NDC에서도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2026년 NDC는 전체 51개 세션 중 15개가 AI 관련 주제로 편성됐고, 생성형 AI를 개발과 운영 실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다루는 발표가 다수 마련됐다. 넥슨이 AI를 일회성 실험이 아니라 개발 문화와 제작 파이프라인 전반의 변화로 보고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크래프톤도 AI 연구를 확장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2025년 CES에서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기술 CPC를 공개했다. CPC는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AI 캐릭터로, 그 기반에는 게임에 특화된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과 AI 에이전트 연구가 놓여 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 에이스 기술을 활용해 게임 안에서 이용자와 상호작용하고, 상황에 맞춰 협력하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크래프톤
크래프톤

또한 크래프톤은 2025년 10월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6년부터 매년 약 3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구성원들이 다양한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큐브
큐브

해외에서는 로블록스의 방향성이 눈에 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 제작 콘텐츠를 핵심으로 하는 플랫폼인 만큼, AI를 창작 인프라로 보고 있다. 로블록스는 2025년 자체 생성 AI 시스템인 큐브를 공개했고, 큐브 3D 파운데이션 모델을 오픈소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큐브 3D는 텍스트 입력을 바탕으로 3D 모델과 환경을 생성하는 기술로, 로블록스는 플랫폼 안의 네이티브 3D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2026년에는 큐브 기반 4D 생성 기능도 공개했다. 로블록스는 4D 생성을 상호작용의 차원을 더한 기술로 설명하며, 단순한 3D 오브젝트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이용자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기능형 3D 오브젝트 생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자연어 입력만으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오브젝트를 만들 수 있다면, 게임 제작의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진다.

훈위안3D
훈위안3D

중국의 텐센트도 AI 기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텐센트는 자체 AI 모델 훈위안을 기반으로 텍스트나 이미지를 3D 시각물로 바꾸는 훈위안3D 계열 모델을 공개했고, 2025년에는 관련 3D 생성 도구를 오픈소스로 내놓으며 디자이너와 게임 개발자를 주요 대상으로 제시했다. 해외 매체 로이터에 따르면 텐센트는 훈위안3D 2.0 기술을 기반으로 한 5개 오픈소스 모델을 공개했고, 터보 버전은 고품질 3D 시각물을 30초 만에 생성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뮤즈
마이크로소프트 뮤즈

마이크로소프트도 게임 AI 연구에 무게를 싣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는 2025년 닌자 시어리와 협력해 게임플레이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생성 AI 모델 뮤즈를 공개했다. 뮤즈는 게임 화면과 이용자 입력을 생성할 수 있는 월드·휴먼 액션 모델로 소개됐고, ‘블리딩 엣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됐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뮤즈는 10억 개 이상의 이미지와 컨트롤러 액션 데이터를 학습했고, 이는 7년 이상의 연속 게임플레이에 해당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모델이 개발자의 아이디어 구상과 게임 보존, 창작 지원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러 게임사는 본업인 게임에 충실하면서도,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업계는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와 복잡한 상호작용 구조, 실시간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AI를 실험하고 고도화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산업이다. 앞으로 이러한 시도가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져 운영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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