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호 앵커노드 대표 "급변하는 게임 개발 파이프라인, AI 적용 가능성은 '무궁무진'"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되는 ‘도쿄게임쇼(TGS) 2026’에 특별한 테마존이 눈에 띄었다. 바로 'AI 테크놀로지 파빌리온'으로, 게임 제작 효율을 높이고 최신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 구역이다. 9홀부터 10홀에 걸쳐 마련됐다.

도쿄게임쇼 주최측은 게임 개발의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게임 제작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AI 기술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부스를 모았다고 특별관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특별관 자체가 게임 개발에 대한 AI의 필요성이 일본에서도 상당히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재미난 점은 이번 AI 테마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국 AI 기업이 있었다는 점이다. 2D AI 특화 기술로 구축한 솔루션 'GameAify'(게미파이)를 보유하고 있는 앵커노드다.
앵커노드는 TGS 2026 AI 테크놀로지 파빌리온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일본 게임 관계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본지에서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Q: 앵커노드는 어떤 회사인가요?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주식회사 앵커노드(AnchorNode), 2023년 6월에 설립한 게임 버티컬 AI 회사입니다. 게임분야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게임업계를 혁신하고자 개발 각 분야 20년차 이상의 전문가들로 설립했고, 지난 3년간 많은 시행착오와 실전경험을 통해 모든 사업분야에서 성과를 쌓아 왔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정회원사이고, 한국모바일게임협회의 임원사를 맡고 있습니다.
사업 분야는 크게 아래의 3가지입니다. 첫째는 AI 솔루션 사업입니다. 게임사가 자기 IP 전용 AI 모델을 갖고 싶어 할 때, 그 회사의 전체 혹은 일부 제작 공정에 대하여 AI 시스템을 만들어 제공합니다. 일부 기능들은 GameAIfy.com을 통해 인디 개발자·중소 스튜디오·교육기관이 쓰는 구독형 공개 서비스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위탁 제작입니다. 개별 아트 에셋부터 게임 한 편 전체까지 발주받아 완성해 드립니다. 한국 대형 게임사, 중소기업 등 여러 회사들과 이미 다수의 에셋 제작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IP의 차세대 게임을 위탁 제작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게임개발입니다. 창립멤버 전원이 게임개발사 출신으로, 현재는 공동제작으로 일본 유명 글로벌 IP의 플래그십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은 그동안 어떤 게임을 개발해 오셨는지요. 연혁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올해로 게임 개발 26년 차에 이르는 게임 개발자입니다. 넥슨과 네오위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운이 좋게도 업계 초기에 좋은 프로젝트들을 만났습니다. 세계 최초의 부분유료화 게임인 〈퀴즈퀴즈〉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EA와 함께 만든 글로벌 IP 〈FIFA 온라인 2〉의 개발·서비스를 맡았습니다.
이후로는 주로 일본 IP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산리오·넷플릭스의 〈어그레츠코〉, 타카라토미의 〈조이드 와일드 아레나〉, 타이토의 〈버블스 퍼즐 블래스트〉, 후지야의 〈페코팝〉, 덴츠의 〈모구모구 플래닛〉 같은 타이틀들입니다.
세어 보니 FIFA를 빼면 전부 일본 IP더군요. 일본 IP들은 계약도 어렵지만 감수 과정이 정말 엄청나게 까다롭고 디테일해서 개발사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일인데, 아마도 한국에서 저보다 일본 IP 게임을 많이 개발해 출시한 PD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다시 일본으로 가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2023년에 지금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게임 산업이 AI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세게 받을 거라고 봤고, 그 변화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년 전을 돌이켜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는데, 헤딩하고, 바꾸고, 부딪히고, 뚫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 그래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저희가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투자를 받았거나 지원사업을 받은 분야, 혹은 퍼블리싱 계약이 된 부분이 있다면 밝혀주실 수 있는 부분만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투자는 2024년 1월 퓨처플레이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고, 2025년 2월 네이버와 퓨처플레이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정부 지원사업은 현재 R&D·창업 과제에 다수 선정이 되었습니다. 설립 직후인 2024년 게임용 2D 이미지 생성 기술력으로 TIPS에 선정되었고, 연이어 3D 모션생성 기술연구로 Scale-Up TIPS에도 선정이 되었습니다.
2025년에는 딥테크 초기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서울 최우수로 졸업했고, 2026년 3월에는 중기부 초격차 스타트업 1000+(DIPS)에 콘텐츠 분야 1위로 선정됐습니다.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업스테이지’의 오픈이노베이션(딥스팟)까지 선정되며 기술성과 사업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쪽에서는 NVIDIA Inception, Google for Startups, AWS ISV Partner Path에 선정돼 인프라와 기술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일본 시장에 진출을 해오셨는데, 활동을 조금이라도 밝혀주실 수 있는지요.
A: 계약 건은 모든 고객사와의 NDA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현재 일본 유명 IP의 PC와 콘솔 타이틀을 공동 개발 중입니다. 타이틀명은 IP 홀더와의 공개 시점 협의가 남아 있어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또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제작된 유명 IP 게임을 턴키로 위탁 제작하고 있으며, 대형 게임사와 다수 중소 게임사에 게임용 아트 에셋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매달 라이브 업데이트 물량 정기 납품부터 신작 게임의 오픈에 필요한 에셋 전량 제작까지, 다양한 고객사의 요청에 맞추어 협업하고 있습니다.

Q: 도쿄게임쇼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A: 일본은 패키지 대작을 위탁으로 만드는 나라입니다. 〈포켓몬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ILCA), 〈드래곤퀘스트 III 리메이크〉(아트딩크),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리메이크〉(그레조), 〈귀멸의 칼날〉(사이버커넥트투), 〈슈퍼 마리오 RPG〉(아르테피아자) 등 이름을 들으면 다 아는 타이틀인데, 이들 모두 외부 스튜디오에서 제작했습니다.
규모를 숫자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소니·반다이남코·닌텐도·세가·코나미·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주요 퍼블리셔 아홉 곳의 합산 매출이 약 8조 9천억 엔, 우리 돈 82조 원입니다. 이들이 공개된 크레딧 기준으로만 매년 수십 건을 외부에 맡깁니다.
저희가 자체 집계한 것만 반다이남코 46건, 스퀘어에닉스 39건, 닌텐도 31건입니다. 일본 게임 개발비 중 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기준 35.5%까지 올라왔고, 일본 관련 외주 개발 시장은 2026년 기준 2조 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이 일을 받는 쪽은 100명에서 600명 사이의 전통 스튜디오들입니다. 상장한 수탁 개발사 세 곳을 다 합쳐도 매출이 944억 엔에 그칩니다. 수요는 조 단위인데 공급은 수백 명짜리 회사들이라는 것, 이 비대칭이 시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저희는 한국에서 일본 IP 게임을 가장 많이 만들어본 팀이고, 이제 AI까지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은 소프트웨어를 밖에서 사 오는 데 익숙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적자가 2024년에만 6.65조 엔으로 10년 새 3배가 됐습니다. 좋은 기술이면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실제로 보안이나 기업용 AI 쪽에서 한국 회사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일본 IP의 감수를 통과해 본 경험입니다.
반다이남코의 건담, 타카라토미의 조이드, 산리오, 타이토, 후지야, 덴츠까지 업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감수 관문들을 저희 팀이 직접 통과했습니다. 이건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대체가 안 되는 자산이고, 그림 한 장, 문구 하나하나 모두 엄격한 컨펌을 받는 것은 자존심 강한 한국과 중국 개발사들에게는 특히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다른 하나는 원가입니다. 일본 스튜디오들은 여전히 사람 손으로 만듭니다. 같은 물량을 저희는 훨씬 적은 인원으로, 훨씬 짧은 기간에 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로 만든 게임 에셋은 아직 일본 시장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 한국이 그랬듯 신뢰를 쌓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번 동경게임쇼가 그 첫걸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앵커노드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용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게임 분야는 가장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지만, 또 AI에 완전히 정복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게 저희가 존속할 수 있는 이유이고, 비즈니스가 성립하는 기반입니다.
지금은 내수 매출이 정체되고, 그나마 이 시장도 중국과 터키, 러시아에 빼앗기고 있어서 한국 개발사들이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게임은 글로벌 연 300조의 거대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연평균 6%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newzoo, 2026).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금도 조용한 곳에서 대박 사례들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저희는 이제 POC를 넘어 자체적으로 플래그십 게임도 개발하고 있고, 이제 꽤 많은 회사들과 B2B 성과를 내고 있는데요. 2011년 말에 게임업계에 갑작스럽게 빙하기가 찾아왔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스마트폰만 하면서,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켜지 않게 되었던 겁니다. 이때 PC 온라인 게임은 말 그대로 멸종기를 겪었어요.
그러다 애니팡이 나오고, 드래곤 플라이트가 나오고, 해외엔 퍼즐앤드래곤과 COC, 캔디 크러시 사가 등이 나오면서, 개발 문법이 모바일에 맞게 재정의 됐었죠. 이때 우리 게임 산업도 대도약을 했었던 것을 기억하실 거예요.
지금은 그때보다 조금 더 골이 깊은 것 같아요. 대신 산도 더 높을 겁니다. 앵커노드는 진정한 게임 버티컬 AI 기업으로 그 선봉에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