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작 없는 게임업계, '장인정신'으로 극복하라

< <"이 제품은 아이들을 위해 귀여운 캐릭터를 채택했고 조작법을 편하게 했으며…"

최근 모 게임의 제작 발표회에서 해당 개발사의 사장이 한 말이다. 이 사장은 게임이라는 것이 즐거움을 주는 가치를 가진 콘텐츠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제품이라 규정하면서 사람들에게 그 게임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

'신작게임, 웬만해선 성공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유행처럼 들릴 정도로 최근의 게임업계는 심각한 '흥행 부재'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최고급의 기술과 유료화 모델을 가진 게임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지만 2-3년 전부터 제대로 성공을 거뒀다고 자부할만한 게임은 없다. 최근에 인기있는 게임들을 살펴봐도 여전히 '리니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카트라이더' 등이니 2년 전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 게임의 산업화가 불러온 '상업화'

게임업계는 변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업체 19개', '끝없이 높아가는 수출 실적' '영화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매출 이익' 등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됐지만 동시에 '상업화'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는 것.

과거에는 '다만 게임이 좋아서' 라면을 먹으며 골방에서 몇 년 동안 게임 개발에 몰두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사람들은 '과거'란 수식어에 어울릴 뿐이며, 업계에는 게임을 상품화해서 '한탕' 벌어보려는 사람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게임 개발자들은 '즐겁고 재미있는 게임'을 제작하려 했고 '돈은 못 벌어도 사람들이 즐거워해준다면 좋다'는 마인드였지만 최근에는 오로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상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규모가 커진 게임 산업이 '자본의 경제'로 바뀌어 가면서 이 같은 현상은 점점 가속화 되어가는 모습이다.

* 상장 시도하고 부풀려 사고 팔기 횡행

어느 순간 부터인가 '게임이 돈이 되더라'라는 인식 속에 거대 자본을 가진 이들이 개발자들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열정도 가치도 없는 '돈벌기 용'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라비티를 매각하면서 4천억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는 게임업계의 한 사건은 게임업계에 상징적인 의미를 던져주었다. 게임회사를 세워서 거금을 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공전의 히트 게임을 낸 개발사들은 일차적으로 주식 상장을 시도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판매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에 대해 업데이트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아직 채 만들어지지도 않은 신규 게임을 여러 개 폭발적으로 발표한다. 이어 계속적으로 언론 노출 등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가장 비싼 값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제 게임업계에 하나의 '공식'이 되어가고 있다.

* 다작의 탄생, 그리고 게임성의 저하

상업성에 눈이 멀어 도덕적 양심을 버리고 베끼기를 일삼는 관행은 최근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마리오 카트' '모두의 골프' 등 해외의 유명 콘솔 게임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긴 듯한 캐주얼 게임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리니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MMORPG터줏대감 격인 게임은 최근에도 베끼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들 게임이 무언가 업데이트되면 며칠 뒤에 수도 없는 게임에서 비슷한 종류의 업데이트가 진행 될 정도다.

또 특정 장르가 성공한 후 이듬해에 그 장르의 게임이 쏟아지는 것도 문제가 되는 현상 중 하나다. '카트라이더'의 성공 이후 불던 캐주얼 게임 열풍,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성공 이후 최근 쏟아지고 있는 FPS 게임 열풍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 상업화에 의거해 개발사나 퍼블리셔 들이 다작 중심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문제다. 과거에는 게임성을 집중시키는 심혈을 기울인 게임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다섯 개를 만들고 하나만 성공시키면 이익'이라는 식의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이런 것들 모두 게임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 신규 게임의 성공, '장인정신'에 달렸다

한탕 해먹고 발 빼겠다는 얄팍함, 그리고 여러 개 마구 만들어서 하나만 성공시켜 보자는 생각 등 이러한 모습들이야 말로 최근 국내 게임업계를 힘들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눈에 띄게 올라갔으며, 그래서 여간 재미가 있지 않다면 주목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흥행부재 현상을 타파하려면 무엇보다 뚜렷한 개성과 심혈을 기울인 개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심형래 감독의 최근 행보는 게임업계에 많은 것을 시사하는 한 예다. 전문가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디워'를 성공시키며 살아있는 신화를 만든 심형래 감독처럼 굳은 의지를 보며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게임을 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자들이 '놀이'라고 하는 게임의 본질에 충실해서 심혈을 기울여 게임을 제작했으면 한다"며 "현재 아무리 신작 게임이 뜨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하더라도 '재미'가 있고 개발자의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게임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