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버그 출몰에 게이머들 탄식, 대작들 왜 이러나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언차티드 2, 출시 당일에만 7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모던워페어 2, 게임이라기보다는 영화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은 헤비 레인, 야구 팬들을 설레이게 한 MLB 10 더 쇼. 이들 게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액션부터 스포츠까지 각 장르를 대표하는 대작 게임들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그들이 받은 기대와 인기 만큼이나 엄청난 버그를 게이머들에게 돌려준 게임이라는 것이다.
소위 대작 게임들이라 불리는 게임들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뛰어난 게임성을 지니고 있지만,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버그들로 정상적인 게임 진행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환불 소동을 일으킨 피파 10
이런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2009년 발매된 EA 스포츠의 축구 게임 피파 10을 꼽을 수 있다. 피파 10은 발전된 물리 엔진과 게임 그래픽으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으며 등장했지만, 막상 발매 후에는 버그로 인해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감독모드를 진행 중,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감독모드가 그대로 멈춰버리고 세이브 파일마저 손상되는 프리징 버그(게임 진행 중 시스템이 강제로 멈추는 버그)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제작사 측은 조속히 해당 버그에 대한 패치를 제작해서 배포했고 문제는 그대로 사라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패치는 한국어 버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게이머들은 패치가 배포 됐음에도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결국, EA코리아는 피파 10의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환불을 실시했다. 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한 환불이 이뤄진 것은 국내 비디오 게임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었다. 결국 발매 후 몇 달의 시간이 흘러서야 피파 10의 감독모드 중 프리징 현상에 대한 패치가 이뤄졌지만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피파 10은 '너무나 아쉬운 게임'이라는 이미지로 남게 됐다.

- 눈부신 게임성, 버그로 인해 빛을 잃을까 우려
최근 발매된 PS3용 야구 게임 MLB 10 더 쇼(이하 더쇼 10) 역시 피파 10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게임이다. 더쇼 10에서는 템파베이 레이스의 홈 구장인 '트로피카나 파크'에서 경기를 하는 중, 스타트 버튼이나 셀렉트 버튼을 누른 후 게임으로 돌아오려고 하면 게임이 그대로 멈춰버리는 커다란 버그가 발견됐다.
물론 해당 구장에서 경기를 한다고 해서 게임이 100%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프리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해당 구장에서의 경기를 꺼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 외에도 선수 명단이 멋대로 수정된다거나 주자가 경기장 끝까지 질주하는 등의 소소한 버그가 다수 보고됐다.
문제는 해당 버그의 패치가 언제 배포될 것인지 예상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북미 쪽의 게임 개발사는 게임이 출시되면 개발자들에게 장기 휴가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문화 덕분에 현재 더쇼 10의 개발자들 전원이 한 달간의 장기 휴가를 떠나 있는 상황이다. 즉, 게이머들이 더쇼 10의 버그 패치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더쇼 10이 야구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야구를 제대로 구현한 게임'이라는 극찬을 받는 게임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버그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은 게임, 편하게 즐기고 싶다
지난 2009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언차티드 2와 최근 발매된 헤비 레인은 모두 다양한 게임 전문지에서 만점짜리 게임으로 꼽혔다는 전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픽이면 그래픽, 시스템이면 시스템, 스토리면 스토리 등 모든 면에서 호평을 받은 이들 게임에 대해 게이머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 게임이 출시된 이후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 게임이 과연 만점을 받을 작품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게임이 갑자기 멈추는 버그가 지속적으로 보고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피파 10과 더쇼 10의 사례와는 달리 이들 게임의 프리징 버그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인가를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복불복과 다름없는 버그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게이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을 한창 즐기는 중 게임이 갑자기 멈춰 버려 흥이 깨졌다", "게임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내포한 채로 게임을 출시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게임이 멈추는데 리뷰어들은 도대체 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만점을 줬는지 궁금하다" 등의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 버그 사용자가 이득 보는 더러운 세상
5일간 6천억 원 가량의 수익을 거둬들인 모던워페어 2는 영화 연출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다양한 캐릭터, 빠른 게임 전개로 전세계의 게이머들을 사로잡은 FPS 게임이다. 게다가 모던워페어 2는 앞서 언급한 게임들과는 다르게 게임이 강제로 멈추는 프리징 버그도 발견된 바가 없다.
하지만 모던워페어 2는 다른 점에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의 가장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정말 다양한 크고 작은 버그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PC 버전, Xbox360버전, PS3 버전마다 각기 다른 버그가 보고 됐으며, 패치 일정도 제각각이라는 점이 게이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중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된 버그는 자벨린을 장착한 상대를 쓰러트리면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 인물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자벨린 버그',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이동 속도가 대폭 향상되는 '택배 캔 버그', 항공 보급을 무한대로 받을 수 있는 '무한 택배 버그' 등이 있다
제작사 측은 PS3 버전에 대해서는 재빠르게 패치를 배포했으나, Xbox360 버전에 대해서는 PS3 버전에 비해 몇 달 가량이나 늦은 시기에 패치를 배포하는 게이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을 보였다. 현재, '자벨린 버그'와 '택배 캔 버그'는 양 기종 모두 해결된 상황이지만,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무한 택배 버그'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게이머들은 "PS3 버전과 Xbox360 버전의 패치 배포일이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버그를 남발하는 게이머들 때문에 게임에 흥미를 잃었다", "버그 패치가 늦어질 것이라면 그를 대신해 버그 사용자들에 대해 강력한 제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대작과 버그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
버그의 유무는 게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대작 게임들에서 이런 치명적인 버그가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돈을 주고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이는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마찬가지로 게이머들 역시 자신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한 게임을 즐김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이 역시 게이머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디오 게임에서 버그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수정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를 묵인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비디오 게임에 온라인이 연동되면서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며, "출시된 게임에서 버그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부득불하게 출시 이후 버그가 발견됐다면, 온라인 패치를 배포하는 등의 조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게이머의 시장 이탈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