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이슈 메이커’, 게임 속 북한군

지난 6월 18일(한국시간) 미국 LA에서 폐막한 게임쇼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2010에서 인공기와 북한의 인민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일이 있었다. 난데없는 인공기와 북한군의 모습에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를 두고 북한이 E3에 참석을 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 소동은 E3 현장에서 자사의 신작 게임 '홈 프론트'(Home Front)를 공개한 THQ가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인공기와 인민군복 그 어디에도 이들 소품이 게임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단서가 없었기 때문에,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어리둥절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북한의 등장은 비단 오프라인 행사에서만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등장하는 게임들은 항상 그 소재만으로도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나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한국에서는 항상 민감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다.


* 한국전 캠페인으로 화제의 중심에 오르다. 팰콘 4.0

1998년에 발매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팰콘 4.0: 얼라이드 포스'(Falcon 4.0: Allied Force / 이하 팰콘 4.0)은 실제 F16의 기능을 거의 그대로 게임에 구현해 실제 미국 공군의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사용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현실성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당시 발매된 게임 중에서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선보여 화제가 됐던 게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게임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단지 이 게임이 미국 공군의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사용됐다는 것도, 게임의 그래픽이 뛰어나다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팰콘 4.0이 논란을 일으켰던 이유는 단 하나. 게임에 한국전쟁 캠페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였다.

게임에서 문제가 됐던 캠페인은 'Tiger Spirit', 'Rolling Spirit', 'Iron Fortress' 등 총 3가지로, 'Tiger Spirit' 캠페인은 각각 북한군이 휴전선을 넘어 남침을 시도했다는 내용, 'Rolling Spirit' 캠페인은 한, 미, 일 연합군이 북한군에 대한 반격을 시작하는 내용, 'Iron Fortress'는 북한군의 공세로 연합군이 경상도로 후퇴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게임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기적인 상황도 게임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했다. 게임이 출시된 1998년은 한국에서 제1차 연평해전이 발발했던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팰콘 4.0은 게임의 콘텐츠와 시기적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계속된 게임등급 심의에서 계속해서 보류 판정을 받게 됐다.

결국, 팰콘 4.0은 발매 후 8년이 지난 2006년에야 영등위(영상물 등급 위원회, 現게임물 등급 위원회의 전신)로부터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고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는 불운을 겪었다.

*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대거 등장한 게임 속 북한

2004년은 부시 前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 지은 해다. 그리고 이 발언 이후 게임 시장에는 북한군을 등장시킨 게임이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다. 2004년에 출시된 북한군이 등장하는 게임은 Xbox용 TPS게임 '고스트 리콘 2'(Ghost Recon 2), 잠임 액션 게임 '스플린터 셀 3'(Splinter Cell 3), PC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슈퍼파워 2'(Superpower 2)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슈퍼파워 2'에 등장하는 북한은 마치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하나의 종족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고스트 리콘 2'와 '스플린터 셀 3'의 경우는 그 경우가 조금은 달랐다. 이들 게임들은 미국의 특수 부대가 북한에 침투해 북한의 주요 요인을 암살하고, 시설을 폭파하는 등의 선제타격 전략을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북한의 모습은 그 이후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5년에 등장한 '머서너리'(Mercenary)의 경우는 쿠데타가 일어난 북한에서 핵무기 발사 코드가 분실되고 이를 찾기 위해 북한 현지에 특수부대가 투입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국내에 출시되지 못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08년 작품인 '크라이시스'(Crysis)의 경우도 앞선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크라이시스'가 앞서 언급된 게임들과 다른 점은, 게임의 난이도를 높일 경우, 북한군의 대사가 영어가 아닌 북한대사 그대로 표현된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난이도를 최고로 높일 경우는 북한군의 대사가 원어 그대로 표현되는 것은 물론, 영어 자막으로도 표시되지 않아 서양의 게이머들이 게임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해프닝도 있었다.


인공기와 북한군 복장으로 E3 2010 현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홈 프론트' 역시 게이머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이유인 즉, 북한으로 미국의 특수부대가 진입한 이후의 내용을 그리고 있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미국으로 진출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천안함 사건을 게임의 오프닝 영상에 담고 있어 한국의 게이머들로부터 '게임의 홍보를 위해 현재 진행형인 민감한 사안을 너무 자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게임 전문가는 "북한과 관련된 소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과 많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게임으로 제작되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며, "하지만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것은 밀리터리 장르 개발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점이다. 이런 점이 계속해서 개발사들이 북한을 게임에 표현하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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