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비디오게이머를 ‘오덕후’라 부르는가?

게임으로 여가를 선용한다는 것은 이제는 아주 흔한 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한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인구 비율은 53.9%, 특히 남자의 경우는 68.1%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즉, 남자 10명 중 7명은 게임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제는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층에게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을 때 '제 취미는 게임입니다'라는 식의 대답을 듣는 것은 매우 당연한 시대가 됐다. 목이 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잠이 드는 것만큼이나 이들에게 게임은 익숙한 문화 콘텐츠가 됐다.

이렇게나 게임이 대중적인 취미로 올라설 수 있게 된 배경은 역시 온라인게임의 대중화를 꼽을 수 있겠다. 그 이전까지의 게임의 이미지는 담배연기 자욱한 오락실에서, 또는 고가의 게임기를 구입해 방에서 혼자 즐기는 '흔치 않은' 취미였지만, 온라인게임의 대중화로 인해 그런 이미지가 많이 환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게임의 전반적인 인식이 변했다곤 하지만, 이는 비디오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미지의 온라인게임에 비해, 비디오게임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은 여전히 마니악한 취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시야의 차이는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 두 가지 관념이 갖고 있는 특징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PC의 대중화와 PC방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PC를 사용할 수 있게 된 한국의 PC 인프라는 자연스레 온라인게임의 발전을 불러 일으켰다. 반면, 비디오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PC와는 달리 게임기를 구입하고,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등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는 점은 비디오게임이 쉽게 대중화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PC만 있다면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과는 달리 비디오게임은 항상 게임기를 휴대하거나,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는 자신의 집이 아니면 게임을 즐기기 어렵기에 보다 마니악한 취미로 인식되는 것이다. 게다가 비디오게임에 비해 온라인게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기에 게이머들의 접근성에서도 차이를 갖게 됐다.

그리고 게임의 도입과 동시에 어렵지 않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는 온라인게임에 비해 비디오게임은 상대적으로 난해한 분위기와 익숙하지 않은 조작체계를 지니고 있어 이래저래 한국시장에서는 온라인게임에 비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에서 시작된 '오타쿠 문화'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대중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것도 비디오게임이 온라인게임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은 취미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오타쿠란 본디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해당 분야에 깊이 심취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선 주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한정지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구매비용 문제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온라인게임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점 그리고 오타쿠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져 비디오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마니악한 취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위닝일레븐'이나 '철권'처럼 누구나 즐기는 비디오게임들도 존재하지만, 이는 어지까지나 극히 일부의 예외의 영역일 뿐, 비디오게임의 이미지 전체를 좌우하는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와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서로 반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게이머들은 비디오게이머들을 '오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어처럼 풀어서 쓴 단어), 비디오게이머들은 온라인게이머들을 '폐인'으로 보는 경우를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들이 서로를 비하하며 쓰는 단어인 '폐인'과 '오덕후'는 철자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폐인'은 온라인게임에 빠져 PC 앞에서 식사, 수면 등 일상생활을 다 해결하고, 상대에게 욕설을 한다거나 더 나아가서 '현피'(온라인에서 생긴 분쟁으로 인해 직접 당사자가 만나 폭력을 주고 받는 행동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를 자행한다거나 하는 일부 온라인게이머들을 뜻하는 단어다. 그리고 '오덕후'는 대인관계를 단절하고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한다거나, 게임 캐릭터에게 실제 인물을 대하듯 정성을 다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앞서 언급된 게이머들이 실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이들이 극소수에 달할 뿐인데, 이들의 이미지를 해당 그룹 전체에 대한 이미지로 일반화시켜 판단하는 것이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데 말이다.

온라인게임을 즐긴다고 해서 모두가 PC 앞에서 먹고 자는 '폐인'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이가 모두 대인 관계를 단절하고, 사람에게 주어야 할 애정을 게임 속 캐릭터에게 쏟아 부으며 게임을 즐기는 것 또한 아니다.

물론, 비디오게이머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향한 '오덕후' 이미지를 만든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소위 '코어 게이머'라 칭하는 이들은 온라인게임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고, 비디오게임의 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하며 스스로의 이미지를 고착화 시켜왔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이 비디오게임과 '다른 점'을 '틀린 점'으로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온라인게이머들이 반감을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비디오게임이 마니악한 취미로 불리는 것이 싫다면 이를 타파하기 위해 먼저 이런 이미지를 스스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것은 액션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액션 영화를 보고,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멜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차이가 있다면 액션 영화 팬은 멜로 영화 팬에 대해, 멜로 영화 팬은 액션 영화 팬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다. 모두 자신의 취미 생활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선택해 즐기고 있는 것이다. 비디오게임이 온라인게임에 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디오게임을 마니악한 취미로 봐야 할 이유도, 비디오게이머들을 마니악한 취미를 즐기는 오타쿠로 볼 이유도 없다.

애초에 서로 반목해야 할 이유가 없는 이야기다. 비디오게이머나 온라인게이머나 그들은 모두 똑같은 게이머일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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