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개발자들에게 사운드 현물투자를 하려합니다' 최용원 강사 인터뷰

게임과 사운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뛰어난 그래픽, 방대한 콘텐츠를 지니고 있다 한들 ‘사운드’ 즉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게임이 아닌 ‘그래픽 좋은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픽, 물리엔진 구현 등의 그래픽 분야에 비해 ‘사운드’는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개발자들에게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더욱이 소규모 자본과 소수의 인원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경우 게임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인에게 제작을 부탁하거나 외부에서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스킬트리랩 최용원 강사
인터뷰
스킬트리랩 최용원 강사 인터뷰

1997년 처음 활동을 시작해 오랜 시간 동안 게임을 비롯해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운드 디렉터로 활동 중인 최용원 강사는 게임 사운드에 대해 “한마디로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아무리 사운드가 뛰어나도 게임 자체가 재미없으면 실패한 게임에 불과하듯 게임 사운드는 엄연히 게임이라는 큰 그림의 부가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사운드에 완전히 신경을 끈다면 게임이 가진 맛이 제대로 살지 않습니다. 개발자에게 게임 사운드는 너무 신경쓰기에도 무시하기에도 애매한 ‘계륵’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최용원 강사는 국내 최초의 게임 사운드 트랙을 발매할 정도로 오랜 시간 게임 사운드 디렉터를 맡은 인물. 여기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 ‘뽀로로’ 등 유명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의 음악 감독을 겸한 것은 물론, IT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녹녹치 않은 경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오는 2월 8일 개강을 앞두고 있는 스킬트리랩의 ‘게임음악과 사운드의 이해’의 강사로 나서 개발자들에게 게임의 사운드 설계와 구현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최용원 강사.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게임 사운드’는 무엇일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이번 스킬트리랩의 ‘게임 음악과 사운드의 이해’ 수업을 진행하게 된 사운드 디렉터 최용원이라고 합니다. 현재 산타뮤직에 소속되어 있고 W코퍼레이션의 본부 이사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Q: 일반인들에게 게임 사운드는 낯선 분야 중 하나다. 게임 사운드와 일반 음악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A: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와 달리 게임 사운드는 오랜 시간 이어지는 긴 음악이 필요 없습니다. 게임에는 수 많은 동작들과 물체가 등장하고, 게이머의 움직임에 따라 수 없이 많은 상황이 펼쳐 집니다. 이 때마다 사용되는 소리 역시 모두 다르고요.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선택과 집중’ 즉 게임 사운드의 설계도를 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파이터의 경우 부둣가나, 도시, 비행장 등 여러 곳에서 싸우는데, 캐릭터의 기술의 효과음과 배경음악 외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임의로 제거한 것이죠.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들린다면 그건 소리가 아니라 ‘소음’이 되니까요. 이것처럼 게임 사운드와 일반 음악은 어떤 소리를 어떻게 골라내 강조시키느냐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Q: 게임 사운드 외에도 다른 분야의 경력이 굉장히 화려하다
A: 음향이라는 분야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분야의 사운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KBS에서 방영된 ‘미안하다 사랑한다’ 음악 감독과 일본에서 ‘개구리 중사 케로로’ 시리즈의 사운드 디렉터를 맡기도 했으니까요. 한 동안 게임계를 떠나 있을 때는 동료들과 작은 회사를 차려(W코퍼레이션) 모바일 동영상 광고(CPI) 특허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 지금은 ‘산타뮤직’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많이 돌아다녔네요.(웃음)

스킬트리랩 최용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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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트리랩 최용원 강사 인터뷰

Q: ‘케로로 시리즈’의 사운드 디렉터를 맡게 된 과정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들었다.
A: 아마 ‘미안하다 사랑하다’ 작업을 끝낸 이후일 텐데. 한번은 일본에서 한번 보고 싶다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미팅을 했는데 케로로 일러스트를 하나 보여주고 ‘이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생각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음악을 갑자기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대략 이미지를 보고 즉석에서 허벅지를 치면서 휘파람을 흥얼거렸죠(웃음). 그 소리를 듣던 담당자들이 ‘그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려 줄 수 있느냐?’해서 흥얼거렸던 소리에 음을 입혀서 음원을 만들었고 그 자리에서 OK 사인이 났습니다.

Q: 오랜 시간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A: 처음 사운드 디렉터를 맡은 ‘칼온라인’이 생각이 납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게임 사운드 제작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지금처럼 유튜브도 없었고, 효과음이나 사운드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정말 드물었으니까요. 그래서 실제 영화계에서 일하는 ‘폴리사운드 디렉터’와 함께 진짜 칼을 휘두르고, 화살을 쏴서 사운드를 입혔어요. 그런데 이게 굉장히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웃음) 게임의 효과음은 실제와 다르잖아요? 말 그대로 게임이니까. 그래서 막상 게임에 써보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효과음이 나서 굉장히 허탈했던 기억이 납니다.

Q: 한 동안 게임업계를 떠나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매너리즘이 온 것이 가장 컸습니다. 1997년 처음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패키지 위주의 사운드를 제작했고, 이후 온라인을 맡게 됐는데, 참여한 작품이 50개, 60개가 넘어가자 점차 기계적으로 사운드를 찍어내기 시작하더라고요. 여기에 개인적으로 게임음악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을 줄 알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오히려 사운드 디렉터의 위치가 개발팀 내에서 점차 낮아지더군요. 때문에 회의감이 들었고, 한 동안 게임업계를 떠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들을 만났는데 게임 사운드에 굉장히 애를 먹고 있더라고요. 특히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고충을 직접 들어보니 ‘조금만 알면 쉬워질 텐데’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이번 스킬트리랩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스킬트리랩에서 진행하는 ‘게임음악과 사운드의 이해’는 어떤 수업인가?
A: 위에서 설명했듯이 사운드를 넣을 부분과 넣지 않을 곳을 나누는 ‘사운드 설계도’를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한마디로 요리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리가 재료의 조합에 따라 완전히 맛도, 모양도 달라지듯이 음악이라는 재료를 버무리고 조합해서 사운드의 요리사가 되는 것이 이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여기에 사운드 이펙트 BGM 제작과 동영상 사운드의 개념을 설명하고, 마치 워크샵처럼 수강생이 직접 게임의 사운드를 입히는 실제 실습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Q: 진짜 음악의 문외한도 사운드를 제작할 수 있는지?
A: ‘정말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저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음악에 문외한이다 보니 이 사운드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말 맨땅에 헤딩하면서 온몸으로 배웠고 그 결과 몇 가지 ‘노하우’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 한번 게임 강의 설명회를 할 때 정말 ‘도미솔’도 모르는 후배를 데려와서 가르쳤고 1시간 만에 사운드를 구현하게 만든 적이 있었죠.

모든 분야가 그렇듯 게임 사운드도 숫자입니다. 가장 기초 음계 중 하나인 C#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개발자들이 사운드에 자신감이 없는데, 불안해하지 말고 일단 와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 드리고 싶으니까요. (실제로 본기자 역시 ‘C# 단조’라는 음계를 처음 들었으나, 최용원 강사의 ‘노하우’를 5분 경청한 이후 C#부터 F-까지 구별할 수 있었다)

스킬트리랩 최용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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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트리랩 최용원 강사 인터뷰

Q: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야가 바로 사운드다. 이에 대한 수업 내용도 있는지?
A: 사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동영상’이에요. 투자를 받기 위해 게임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거나 구글 플레이 같은 마켓에서 게임을 홍보하려면 동영상이 필수인데 이미지는 어찌어찌 만들 수 있지만 사운드는 손쓸 방법이 없다는 거죠. 때문에 동영상이나 게임 속에 사운드를 작업해주고 100만원이 넘는 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팀도 있습니다. 한번은 아는 후배가 한 팀을 통해 사운드를 입혔다고 해서 한번 들어봤더니 아주 기초만 알면 구현할 수 있는 정말 말도 안 나오는 수준이 더라고요. 때문에 이 동영상의 사운드를 입히는 개념과 방법도 이번 수업에 포함되어 있죠.

사실 전 앞으로 진행될 ‘게임음악과 사운드의 이해’ 수업에 인디 개발자들이 많이 참가해 주셨으면 해요. 왜냐하면 게임 사운드의 대한 수업과 함께 만약 자신이 개발하던 게임이 있다면 제가 직접 게임 사운드를 입혀줄 예정이니까요.

Q: 개발 중인 게임에 직접 사운드 작업을 해준다는 이야기인가?
A: 주변에 이야기하니까 ‘미친짓’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제가 봐도 괜찮은 게임을 들고 오거나 정말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개발자라면 게임 사운드를 제작해줄 예정입니다. 한마디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사운드 ‘현물투자’를 한다고 할까요?(웃음).

Q: 본인이 생각하는 게임 사운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오랜 시간 게임 사운드 분야에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게임 사운드는 본질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몸매가 좋지 않으면 옷을 잘 입을 수가 없듯 사운드를 넣는 것은 게임의 몰입도를 위한 것이지 그 전부가 아닙니다. 게임 사운드는 도구이자 맛을 살리는 양념입니다. 게임이 좋지 않으면 사운드도 덩달아 묻히는 것이죠.

더욱이 시장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전환되면서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한 온라인게임 사운드의 수요가 크게 줄고, 소규모의 모바일게임 사운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개발자가 사운드를 구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모바일게임의 사운드의 경우 개발자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수업에서 제가 추구하는 것도 그것이고요.

Q: 게임 사운드에 고민인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먼저 게임 사운드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배움을 청하는 이들에게는 제가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빈털터리가 될 지 언정 모두 알려드릴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게임 사운드에 관련해서는 ‘최용원’을 도구로 이용해 달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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