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불륜남 동생과 화병 난 형 그리고 분노성애자의 이야기 '토탈워: 트로이'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 트로이 전쟁과 토탈워가 만났다. 지난 13일 정식 출시된 '토탈워: 트로이'는 토탈워 시리즈의 14번째 작품이자 시리즈 최초로 에픽게임즈를 통해 무려 '하루 한정 무료'로 배포되어 국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작품이기도 하다.

토탈워 트로이 이미지
토탈워 트로이 이미지

토탈워 트로이는 미디블, 로마 등의 전작과 같이 역사 기반의 토탈워 이른바 '역탈워'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2편까지 출시한 토탈워 워해머가 본편 가격을 아득히 뛰어넘는 미칠듯한 DLC로 큰 수익을 올린 만큼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토탈워: 트로이' 역시 신화 속 괴수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사이클롭스'가 코끼리 해골을 뒤집어쓴 인간 보병이라는 설정과 함께 놀랍게도 역사 기반으로 등장해 토탈워 팬들의 가슴을 복잡 미묘하게 만들기도 했다.

시작부터 덕담이 넘치는 훈훈한 형제의 대화
시작부터 덕담이 넘치는 훈훈한 형제의 대화

게임의 진영은 크게 그리스와 트로이로 나뉜다. 트로이 진영의 군주는 유부녀에게 현혹되어 나라를 멸망시킨 역사상 최고의 불륜남 ‘파리스’와 그 동생 덕에 몰려든 폭도 덕에 온갖 고생을 다하다 결국 목숨까지 잃은 핵토르,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쩌리 군주'가 등장한다.

그리스 패왕 3대장. 사실 아킬레우스가 체감상 가장 어렵다
그리스 패왕 3대장. 사실 아킬레우스가 체감상 가장 어렵다

트로이 진영에 반해 그리스의 진영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으로 가득차 있다. 다른 곳은 무적이지만, 약점인 뒤꿈치를 뚫려 ‘아킬레스건’이라는 신체 부위의 이름을 남긴 ‘아킬레우스’와 아버지에 대한 어긋난 사랑(?)을 지닌 딸 덕분에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콤플렉스로 유명한 ‘아가멤논’.

그리고 전쟁 한번 잘못 나갔다가 무려 10년을 개고생하며 ‘오딧세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를 남긴 ‘오디세우스’ 등 지금도 수많은 고서와 그리스 신화의 중심에서 이야기되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갑자기 들어와 집안에 난리가 났는데 여기가 집이라며 안나가고 버티는 제수씨
갑자기 들어와 집안에 난리가 났는데 여기가 집이라며 안나가고 버티는 제수씨

각 군주들의 특성도 ‘토탈워 트로이’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우선 희대의 불륜남이자 '레골라스'와 이상하게 닮은 ‘파리스’는 마찬가지로 불륜녀인 ‘헬레네’의 행복도가 떨어지면, 성장률과 행복도가 감소해 계속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 더욱이 만약 헬레네가 있는 지역을 점령당해 다른 세력에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디버프가 걸리기 때문에 병력을 다 갈아서라도 반드시 ‘헬레네’를 되찾아 와야 하는 유례를 찾기 드문 팔불출 군주로 등장한다.

이 불륜남 동생 때문에 나라가 혼란해진 것을 두 눈 뜨고 봐야 하는 형 ‘핵토르’는 동맹이 다스리는 영토가 넓어질수록 성장률, 전투 버프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연맹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며, 아버지인 '프리아모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동생인 파리스와 ’효도 대결‘을 벌어야 하는 ’프리아모스의 상속인' 미션도 특징 중 하나다.

나라를 건 불꽃 효도대결에 속터지는 핵토르
나라를 건 불꽃 효도대결에 속터지는 핵토르

’프리아모스의 상속인'은 트로이의 왕인 아버지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는 금 바치기, 아폴론의 총애 얻기, 지역 점령하기 등을 시전해 포인트를 쌓아야 하며, 일정 포인트에 도달할 경우 트로이 진영의 왕으로 인정받아 추가 버프와 병력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아니 저 XX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아버지가 저 놈과 나를 비교해?”라고 생각하며, 무시할 수도 있지만, 파리스와 전쟁을 벌이지 않는 이상 다른 미션을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레 포인트를 쌓을 수 있어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으니 보상은 꼭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드리면 난리 날 것 같은 분노조절장애자 아킬레우스
건드리면 난리 날 것 같은 분노조절장애자 아킬레우스

‘불륜녀 지키기’, ‘효도 대결’과 비교해 그리스 진영 군주들의 특성은 순한맛 수준이지만, ‘분노조절장애자’ 그 자체인 ‘아킬레우스’만큼은 매운맛을 듬뿍 선사해준다.

먼저 ‘살아있는 전설’의 경우 임의의 도전자(타 세력의 장수)를 패배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주변 군주 중 랜덤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불가침 조약을 맺고 있어도 공격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일쑤다. 다만 이 미션을 달성할 경우 군대 유지비 감소, 영향력 증가, 즉시 모집 병력 증가 등 매우 도움이 되는 버프를 받을 수 있으니 “나는 호전광이다” 생각하고, 즐겁게 전투를 벌이도록 하자.

마!! 자신있나
마!! 자신있나

여기에 또 다른 특성인 ‘다혈질의 아킬레우스’는 분개, 애도, 분노 등 감정(기분) 기복에 따라 전쟁 혹은 내정에 보너스나 패널티가 주어지는 특수 이벤트다. 이 이벤트는 전투에서 지거나, 첩보, 매복 등을 당할 때 발생하는데, 아직 도시를 성장시킬 때 이 분노조절장애자가 분노하게 되면 병력 능력치는 크게 오르지만, 내정에 성장 –50%, 모든 자원 수입 –30% 등 큰 패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에 당장 전쟁이 없다면 빠르게 공물을 바쳐 진정시키도록 하자.

이외에도 군주별로 서로 특성과 미션이 다르기 때문에 만약 토탈워 초보자거나, 무료라서 받기는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이른바 ‘햄린이’ 게이머라면 공방이 무난하고, 외교도 안정적인 ‘아가멤논’이나, 주변 큰 세력을 초반부터 동맹 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핵토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트로이의 기본 진영. 상대보다 병력이 적다면 배수진을 치자
트로이의 기본 진영. 상대보다 병력이 적다면 배수진을 치자

이 두 세력은 기본적으로 서로 적대시하는 관계고 양 진영 군주의 미션 목표가 트로이 혹은 그리스 지방을 서로 점령하거나 유명 군주를 물리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 중립 지역 세력을 적당히 회유하거나 무력으로 진압해가며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이 중립 지역을 점령하거나 연방, 군사동맹 등으로 회유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데, 바로 신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을 딴 지역 특수 신화 유닛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 등급 유닛 중 1티어인 '히피'. 무조건 생산하자
신화 등급 유닛 중 1티어인 '히피'. 무조건 생산하자

예를 들어 핵토르 주둔지 바로 아래 섬을 점령하면 얻을 수 있는 투창병 유닛인 ‘히피’는 은신 등의 특수 기능으로 주의를 상대적으로 덜 끌며, 범위와 공격력, 이동력이 다른 투창병보다 뛰어나다. 아울러 큰 덩치로 공성전에 유리한 ‘거인’과 개임 내 유일한 기병인 ‘켄타우로스’ 등 지역별로 얻을 수 있는 특수 유닛이 존재해 이를 잘 활용하면 전투의 승패를 가를 수 있을 정도다.

이번 작품과 기존 토탈워 전투의 차이점은 ‘망치와 모루’ 전략이 변형됐고, 공성병기의 부재로 성 점령이 대단히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워해머 시리즈의 전투는 보병이 진열을 이뤄 적 군세를 막고, 기병 혹은 이속이 빠른 유닛이 후방을 공략하는 ‘망치(기병)와 모루(보병)’ 전략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아직 등자가 발명되지 않은 시대인 만큼 기병은 앞서 소개한 신화 유닛인 켄타우로스와 그나마 빠른 이속을 지닌 전차 부대밖에 없으며, 보병의 이동속도는 한계가 있어 이전 작품과는 사뭇 다른 전투 양상이 펼쳐진다.

이에 독특한 특성을 지닌 신화 유닛이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고, 궁수, 투창병 등 원거리 유닛을 얼마나 잘 운용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자주 갈리게 되며, 병력의 등급과 능력치 장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진영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신의 은총이 최대로 도달하면 얻게 되는 신화 유닛도 능력치는 좋으나 '사이클롭스' 같은 정말 애매한 유닛도 있기 때문에 지역 신화 유닛을 적극 활용하자.

진영 공통 기술발전. 그리스와 트로이 모두 큰 차이는 없다
진영 공통 기술발전. 그리스와 트로이 모두 큰 차이는 없다

여기에 공성의 경우 기술 발전(테크트리)으로 공성병기인 ‘트로이의 목마’를 제작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극 후반에서나 생산할 수 있고, 투석기 등의 포병 즉 ‘아틸러리’가 삭제되었기 때문에 성 점령에 상당한 애를 먹는다.

때문에 '포세이돈' 숭배 혹은 군주 아이템 등을 통해 포위 시간을 줄이거나 일부러 포위를 걸어 다음턴에 야전을 유도하는 것이 병력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병력을 최대한 많이 끌고와서 압도적인 ‘자동전투 승리 게이지’ 이른바 ‘자전비’를 높인 다음 성을 점령하는 것이 심적으로 편한 방법이다.

생각보다 꿀잼인 자원거래. 인정 봐주지 말고 밀 한톨이라도 더 가져오자
생각보다 꿀잼인 자원거래. 인정 봐주지 말고 밀 한톨이라도 더 가져오자

자원 거래도 게임 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토탈워: 트로이’는 자금이 따로 등장하지 않는대신, 식량, 나무, 대리석, 청동, 금 등의 자원이 등장한다. '식량'은 병력을 생산하거나 유지할 때 주로 사용되고, '나무와 대리석'은 건물을 지을 때 사용되며, '청동과 금'은 상위 티어 유닛을 생산하거나 유지할 때 소모된다. 이때 자신에게 부족한 자원은 진영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는데, 적게 주고 많이 받는 '악덕 상인' 식의 거래를 하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해 게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취향은 존중합니다만 아레스는 되도록 올리지 말자. 정말 내정, 전투 모두 Useless하다
취향은 존중합니다만 아레스는 되도록 올리지 말자. 정말 내정, 전투 모두 Useless하다

이외에도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제우스, 헤라, 아폴론, 아레스, 아테나, 포세이돈, 아프로디테를 숭배하여 은총을 얻는 신 숭배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게이머는 신을 숭배햐여 다양한 버프를 얻을 수 있는데, 헤라와 아프로디테, 포세이돈의 은총 효과가 월등히 좋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숭배하는 것이 좋다. 다만 아레스는 정말 어디에 쓰기에도 애매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 '전쟁의 신'이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처럼 '부부의 신'부터 알뜰 살뜰 챙기도록 하자.

이처럼 '토탈워 트로이'는 기존 토탈워 시리즈의 몇몇 요소를 그리스 신화에 녹여내어 다양한 군주 특성과 유닛의 조합 그리고 신 숭배를 통해 변수와 자원 거래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게임이다. 물론, 아직 완벽치 않은 최적화나 전투의 재미가 이전에 나온 '워해머', '삼국지'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지만, 무료로 제공된 게임이고, 군주 진영의 개성이 넘치는 만큼, 이를 즐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사건의 시작
그 사건의 시작

여기에 추가 무료 DLC를 포함해 지속적인 진영 추가와 그리스 주신들의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향후 콘텐츠도 기대할 만한 상황인 만큼, 무료로 다운 받은 게이머라면 이번 기회에 토탈워의 세계를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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