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 "AI는 글로벌 경쟁 위한 ‘신무기’, 100억으로 1000억 게임과 경쟁해야"
“10억으로 50억짜리 게임을 만들고, 100억으로 1000억짜리 게임과 경쟁해야 한다. AI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을 위한 신무기다.”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가 AI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니라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핵심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딜사이트 게임 포럼 ‘AI 시대 게임산업의 경쟁력과 세제지원 접점을 찾다’에서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서 게임산업의 비용 구조와 AI가 가져올 변화, 그리고 세제 지원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원 대표는 게임산업을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고위험 산업으로 규정했다. 그는 “게임은 작년 매출이 100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3억 원이 될 수도 있는 산업”이라며 “흥행 여부에 따라 매출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만큼 풍년과 흉년의 격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상장 게임사들의 실적 사례를 언급하며 성공작 하나가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구조를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출시 전까지 오랜 기간 적자를 견디며 생존했고, 펄어비스 역시 붉은사막 개발 과정에서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를 이어갔다고 소개했다.
원 대표는 “일반적인 경영 관점에서는 적자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맞을 수 있지만 게임산업은 그런 상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성공 가능성을 믿고 오랜 기간 버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게임업계가 처한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원 대표는 “지난해 국내 게임사 절반 이상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개발 도중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출시 이후에도 생존하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산업의 해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제시했다. 한국 게임시장은 약 23조 원 규모지만 글로벌 게임시장은 약 300조 원 규모에 달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원 대표는 “지금도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회사들은 대부분 해외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라며 “결국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글로벌 시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개발비 상승 문제도 짚었다. 그는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인건비도 상승하면서 개발비가 이중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게임은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예시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제작 과정을 소개한 그는 “머리카락 하나도 여러 레이어를 나눠 직접 찍고, 여기에 모든 움직임 프레임을 수작업으로 제작해야 한다”며 “중국의 경우 1000명에서 2000명 규모 개발 조직도 흔하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AI가 이런 인력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앵커노드가 직접 진행한 AI 개발 사례를 예시로 공개했다.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10명이 1년 동안 수행할 작업을 1명이 하루 만에 완료했고, RPG 제작 프로젝트 역시 약 2년이 걸릴 작업을 5주 만에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원 대표는 “AI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보면 안 된다”며 “상대가 물량으로 승부한다면 우리는 AI라는 신무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억 원으로 50억 원 규모의 결과물을 만들고, 100억 원으로 1000억 원 규모 프로젝트와 경쟁해야 한다”며 “그래야 성공 확률 1%도 되지 않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 대표는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게임 개발 역시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하고 성공과 실패의 편차가 큰 산업인데 기존 연구개발(R&D) 지원 체계 안에서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원 대표는 “반도체가 과거 국가 전략 산업이었다면 게임 역시 현재와 미래의 국가 전략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풍년에는 적립하고 흉년에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세액공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대표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AI로 비용은 낮추고 시장은 넓히며, 실패 리스크는 제도가 함께 나눠야 한다”며 “매출에서 비용과 리스크를 뺀 게임산업의 생존 방정식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과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원 대표는 “온라인게임 시대에는 우리가 시장을 만들었지만 주도권을 지키지 못했고, 모바일게임 시대에는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 위에서 경쟁해야 했다”며 “AI 시대는 아직 누구도 주도권을 잡지 못한 영역이며 한국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초 모델보다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응용 영역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는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