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춘 수작

시작하며…
'세계 최초로 핸드폰의 액정 화면을 돌려가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는 표어가 인상적이었던 게임 '놈'. 표어만큼이나 제목도 인상적이지요. 처음에는 '서양 판타지에 나오는 땅의 정령 놈(Gnome)이 나오는 게임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알고 보니 '야 이놈아!'할 때의 '놈'이더군요. 첫인상부터가 너무도 특이한 이 '놈'의 실체는 과연 어떤 것일지, 이번에 한번 까발려 보려 합니다.

달려라!
놈의 게임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쉬지 않고 달리는 플레이어 캐릭터 '놈'의 앞에 나타나는 장애물을 액션 버튼을 눌러서 뛰어넘으면 되는 것이지요. 후반 스테이지에서는 밟거나 때려서 없애야 하는 적들이 등장하지만, 역시 액션 버튼을 타이밍 맞추어 누르는 것만으로 간단히 해결됩니다. 게임 중 여러 번 액정 화면을 돌려야 하는 게임의 특성 상 1,2,3,5,8의 숫자 키와 결정 버튼 중 어느 것을 눌러도 액션 버튼으로 인식합니다. 장애물을 피하며 계속 달려 가다 보면 앞을 가로막는 벽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때 타이밍을 맞추어 결정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90도 돌아가며 놈은 다시 달리게 되지요. 화면이 돌아가는 것에 맞추어 액정 화면을 돌려서 플레이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원 버튼으로 플레이하는 게임들은 조작계가 게임에 최적화되지 않았으며, 출근 버스 안이나 지하철을 기다릴 때 같은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 휴대폰이라는 플랫폼에 딱 알맞은 게임 스타일이지요. 한 스테이지의 길이도 3분에서 5분 정도로 짧기 때문에, 도중에 게임을 중단해야 할 때도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메뉴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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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이 앞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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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단순함을 보완해 주는 양념들
여기까지만 말씀 드린다면 이 게임을 단지 액션 버튼만을 누를 뿐인 단순한 게임이라고 여기실 지도 모르지만, 이 게임은 그런 단순한 진행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양념들을 군데군데 삽입해, 쉽게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양념은 우선 플레이어 캐릭터인 놈의 다양한 움직임을 들 수 있는데요, 놈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크게 바위와 서커스 링, 바닥이 없는 구멍의 3가지로 나뉘며, 이 장애물들을 뛰어넘을 때 놈은 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놈이 보여주는 이 다양한 움직임은 꽤나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치 고전 PC 게임 '페르시아 왕자'의 축소판을 보는 것도 같지요. 후반에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에서 화제가 되었던 '개벽이'의 얼굴이 바위 대신 장애물로 등장하는 부분도 있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중반부터는 장애물과 함께 적 캐릭터도 등장하게 되는데, 적 캐릭터는 바위로 위장하고 있다가 나타나는 '바위몬', 땅을 기어 다니는 '벌레몬', 목을 떼어 들고 다니는 '닭대가리몬'과 보스급의 강한 적 캐릭터 '다스베이더몬'의 네 종류입니다. 이 중 보스를 제외한 세 캐릭터는 액션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한 방에 해치울 수 있으며, 적을 차 버리거나 밟아 버리는 등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놈의 새로운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보스 급인 다스베이더몬과의 대결은 이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영화 '스타 워즈'에서처럼 광선검을 들고 싸우는 패러디성 전개도 보여 줍니다.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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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대가리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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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메이더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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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게임 도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서브 캐릭터와 아이템을 들 수 있습니다. 서브 캐릭터는 여자와 강아지, 할머니가 있는데, 여자를 발견하면 놈이 여자에게 키스를 하게 되고, 이때 액션 버튼을 연타하면 점수가 올라가게 되지요. 강아지를 발견하면 강아지가 놈의 뒤를 따라오게 되고, 할머니를 발견하면 놈이 할머니를 업게 되는데, 이 할머니는 놈이 함정에 빠져 죽으려는 위기를 한 번 구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아이템으로는 점수가 가산되는 동전과 놈의 체력을 회복하는 캔디와 닭다리(완전 회복)가 있으며, 몇몇 스테이지에선 아이템을 얻으려고 점프하면 착지 후 바로 앞에 있는 장애물에 부딪히게 되는 트릭이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여자 에피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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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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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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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양념 구실을 하는 요소는 경쾌한 BGM과 효과음입니다. 액정의 방향을 돌려야 할 때마다 바뀌는 네 개의 유로풍 BGM에 맞추어 게임을 하다 보면, 마치 세가에서 제작한 PS2용 음악 슈팅 게임 'Rez'에서처럼 배경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게임을 진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때도 있었습니다. 화면이 전환될 때 'Break Down!'이라고 외치는 소리라던가, 각종 적 캐릭터를 공격할 때 울리는 경쾌한 효과음도 게임의 청량제 역할을 해 줍니다. 다만 적 캐릭터 격퇴 효과음이 나올 때는 잠시 BGM이 없어진다는 것이 아쉽지만, 이건 현행 핸드폰이라는 플랫폼 자체의 한계라서 어쩔 수 없군요.

화면 전환, 과연 필요한가?
심플하면서도 경쾌하고 중독성 있게 만들어졌으며, 핸드폰이란 플랫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수작 모바일 게임인 놈입니다만, 이 게임에는 한가지 커다란 의문점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과연 이 게임이 내세우는 화면 전환이 정말로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지요. 단순히 화면의 스크롤 방향이 바뀌는 정도로는, 꼭 화면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세가의 대표적 게임인 '소닉' 시리즈에도 중력이 전환되어 천정을 달리게 된다거나, 수직의 벽을 타고 내려가는 장면 등 스크롤 방향이 바뀌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만, 이렇게 스크롤의 방향이 바뀐다고 해서 아예 화면의 방향을 거기에 맞추어야 할 필요성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한 후반 스테이지에서는 스크롤 방향 전환이 된 후 바로 장애물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스크롤 방향 전환에 맞추어 화면을 돌리다가는 바로 장애물에 충돌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자도 처음엔 신기해 하며 스크롤에 맞추어 화면을 돌려가며 플레이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는 화면을 고정시킨 채 플레이하는 쪽이 쉽고 편하더군요. 화면의 방향을 쉽게 전환할 수 있는 핸드폰의 특성을 살린 발상 자체는 좋았지만, 이러한 화면 전환을 필요 불가결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추가되어야, '세계 최초로 화면을 돌려가며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의 칭호가 진정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후반 스테이지를 진행하다 보면 너무나도 빽빽하게 배치된 장애물이라던가, 한 번 실수해서 부딪히기만 해도 바로 게임 오버가 되어 버리는 적 캐릭터 등으로 난이도를 올려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런 부분의 세부적인 튜닝에 신경 쓴다면 더욱 훌륭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군요.

마치며…
비록 앞서 열거한 것처럼 어느 정도의 세세한 결점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놈은 누구나 간단히 짧은 시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모바일 게임의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춘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심플한 재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필자같이 깐깐한 사람도 만족시킬 수 있는 짜임새를 갖춘 다른 작품이, 이 게임으로 필자에게 좋은 첫 인상을 심어준 제작사 '게임빌'에서 앞으로 발매될 수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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