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의 발칙한 상상, 게임으로 나올 기세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한국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거머쥔 이후, 이와 관련해 소소한 헤프닝이 있었다. 바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대전 게임으로 맞붙는 대전 게임의 소개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패러디해 디자인 된 '피겨 스케이터 2'는 김연아, 곽민정, 아사다 마오, 플루첸코와 같은 유명 피겨 스케이터를 등장시켰다. 또한 대전 게임과 피겨 스케이트 룰을 접목한 게임 내용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녹녹치 않은 관심을 얻어냈다.

물론 이런 컨셉의 게임이 실제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자유로운 발상에 게이머들은 '그럴싸하다'는 식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 언급한 '피겨 스케이터 2'는 게이머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이 어떤 식으로 발현 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게임이 대중의 상상력을 구현해 간접적으로나마 대리 체험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상상력은 다양한 형태로 게임에 투영되고 있다.

또한 이런 게이머들의 상상력이 실제 게임으로 제작 되지 못하더라도, 그 재기발랄함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 하나의 오타,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다

지난 2008년 1월, 게이머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를 인터넷을 통해 공급받았다. 단 하나의 오타가 게이머들의 재기발랄함에 멍석을 깔아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명 '김상궁물산' 사건이 그 주인공이다.

그 당시는 넷마블의 진삼국무쌍 온라인이 서비스 준비 중이었으며, 이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관심이 몰려 있는 게임에 사소하다면 사소한 실수가 발생한다. 바로 하나의 기사에서 진삼국무쌍을 '김상궁물산'으로 표기한 것이다.


어찌 보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던 이 상황은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결국 게이머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들의 재기발랄함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그저 하나의 오타에 불과했던 '김상궁물산'에 대한 게임 컨셉과 설정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최초에는 김상궁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 게임이라는 나름대로 원작에 충실한 컨셉의 설정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는 전주곡에 불과했으며, 곧 이어 실제 게임이 출시된 것만 같은 수준의 게임 포스터와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설정집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이어, '김상궁 내관 1000人 격파!', '상감: 네가 진정한 김상궁이로구나'와 같은 슬로건이 공개되기에 이르렀으며, 후에는 포스터를 넘어 게임의 초기화면까지 드라마 장면과 합성을 통해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김상궁물산' 사건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취급할 수도 있겠지만, 게이머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기회에 얼마나 굶주렸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남았다.

* 웹툰,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다

게이머들의 재기발랄함이 극명하게 드러난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연재되는 웹툰 '두덕리 온라인'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인기 웹툰작가 이말년(본명: 이병건)의 '이말년씨리즈'의 에피소드인 '두덕리 온라인'은 MMORPG의 특징에 실제 농촌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을 부여해 제작된 온라인 게임을 소재로 한 웹툰.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할배'와 '할매' 뿐이고 쇠죽을 쑤는 퀘스트가 부여된다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는 웹툰이다.


웃음을 위해 과장된 면은 있지만,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농촌의 모습과 MMORPG의 특징이 적절히 맞아 떨어져 실제 게임으로도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만드는 이 작품에, 게이머들은 다양한 답글을 달며 게임의 세계관을 보다 현실적으로 구현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우량소종자 노말탬사요'나 '벼농사 품앗판 모집요'와 같이 MMORPG를 즐기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채팅의 내용을 적어가며, 가상의 게임에 보다 그럴싸한 생동감을 부여한 것이다.

물론 이는 그저 게이머들의 유희 목적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댓글과 설정이 어색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게임이 얼마나 대중에게 깊숙한 위치까지 자리 잡았는지 알려주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사람들의 상상력과 함께 성장하는 게임 산업

게임 산업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실제로 구현하고, 실체화 시켜서 대중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치 영화 산업이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대중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게임 역시 대중에게 머리 속의 상상을 구현시키고 이를 가상 현실에서라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게임은 대중적인 상상력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실제 게임으로 제작되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은 대중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을 해왔다. 본문에 언급된 사례들 역시 가다듬어지고, 발전한다면 게임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현되는 것이 게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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