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이용한 여성부의 기싸움에 미래산업이 흔들린다
한동안 잠잠했던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청소년보호 업무가 여성가족부로 이관되자마자, 지난 14일 진행된 여가위 상임위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담고 있는 김재경 의원안과 선택적 셧다운제를 담고 있는 최영희 의원안이 대체토론 과정도 없이 법안소위로 상정된 것.
이번에 상정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청소년들이 12시 이후 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제한하고, 게임에 대한 규제를 게임법이 아닌 청소년보호법으로, 문화부가 아닌 여성가족부의 관할로 가지고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이들의 취지는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 어린나이에 건강을 해치고, 학업을 등한시 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인 책임이며, 지난 3월 게임에 빠져 신생아를 굶겨 죽인 부모가 다시는 나타나서는 안된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이번 법안 추진은 시기도 방법도 모두 잘못됐다. 현재 게임산업은 문화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게임산업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 법안도 만들어져 있는 상태다. 그런데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여성가족부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이유로 게임산업을 산하에 두고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청소년보호라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명백한 월권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대로 법안이 상정된다면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 보호라는 명확한 기준없는 잣대를 디밀어 얼마나 많은 창작의 자유를 박탈할지 상상이 안된다.
또한, 게임계에서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한 자율 규제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게임법에도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청소년 게임 중독 방지 정책과 동일한 정책을 최근 도입했다는 점도 그들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들이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던 것들을 전문부서에서 최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주장하는 것은 전문부서에서 하는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이며, 여성가족부가 전문부서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그들이 법안상정을 추진하는 목적이 청소년 보호인가 아니면 여성가족부의 권위 상승인가?
더욱 더 화가 나는 부분은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이 정부의 아무런 지원없이도 전세계에서 인정받을만큼 크게 성장했으며, 정부에서 뒤늦게나마 국가 미래 산업이라며 지원하겠다고 나선 지금의 시점에서 여성가족부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발목을 잡겠다고 나선 점이다. 말로만 지원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해외 어떤 국가에도 없는 말도 안되는 규제 정책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여성가족부의 업무에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항목이 아예 없는 것일까?
최근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게임'의 '게' 소리만 들어가도 움츠러들던 게임업계가 이같은 행동을 보인 것은 지금의 상황에 얼마나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인지 말 안해도 짐작이 간다.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업계도 게임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스스로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이 게임사만의 문제라고 보는 현재 여성가족부가 그들의 노력을 가치없는 행동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게임중독 문제는 엄연히 게임사 뿐만 아니라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이들이 함께 만든 문제다. 여성가족부가 할일은 자신들의 전문분야인 청소년들이 게임에만 빠지게 되는 현 사회와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게임사들에게 책임을 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