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위기의 지스타 게임쇼, 미래에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오는 11월12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게임쇼2015'가 개최된다.

지스타 게임쇼는 매년 11월에 개최되는 국내 최대의 게임쇼지만, 올해는 그 어느때 보다도 영향력이 줄어든 모습이다.

게임업계를 다녀도 '지스타 게임쇼요?'라며 웃고마는 등 별다른 기대가 느껴지지 않고, 인터넷에서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하기만 하다. 아예 지스타 게임쇼 자체가 검색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고요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분 탓으로 웃어넘길 만한 것은 아니다. 실제 수치로도 불안한 기류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스타
지스타

우선 이번 행사에서는 해외 업체의 참가가 부쩍 줄었다. 지난해 35개국 617개 업체가 참여했던 행사는 올해 9월말을 기준으로 25개국 485개 업체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해외업체가 39% 감소한 것으로, 국제적 관심도가 사라졌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류가 계속되면 국제 게임쇼라는 슬로건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지스타 참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9월23일 지스타 조직위가 '지스타2015'에 확정된 B2C관 부스를 1,154 개로, B2B관 부스를 916 개로 발표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BTC관의 경우 넥슨이 300 부스, 엔씨소프트와 헝그리앱, 433의 부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지스타에 참가 신청한 485개 게임사 중 BTC 부스의 총 참여사는 96개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매년 상승기조에 있었던 BTB관 조차 389개만이 신청해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지스타 게임쇼는 더욱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게이머들의 관심도 옅어지고, 게임업체들의 참여 의지도 없으며, 해외 게임업체와 바이어들 조차 외면하는 게임쇼, 그나마 유지되던 BTB관 마저 추락하는 것이 현재 지스타 게임쇼의 현주소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한국 게임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만도 하다.

지스타 2015 슬로건 모집
지스타 2015 슬로건 모집

상황이 이렇게까지 돌아가는데 조직위는 무엇을 했나. 1차적인 책임은 어쩔 수 없이 운영 측에 물어볼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 중에서는 가장 큰 실책이 지스타 게임쇼의 민간 이양이라고 지적하는 이가 많다. 예전에는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어느정도 게임업체들의 참여 수요가 있었는데,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눈치보기 수요가 사라졌다는 것. 여기에 민간이 주도하다보니 책임 소재가 적어져 과거처럼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 자체가 옅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조직위의 활동도 의문이다. 게임업체들에게 물어봐도 조직위로부터 적극적으로 지스타 참여 독려를 받았다는 회사는 거의 없다. 행사 두달을 남기고 부랴부랴 발등에 불이 떨어져 서두르고 있으며, 어떻게든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참가자 수를 맞춘다는 목표만 남아있다. 개최 3주가 채 남지않은 현재까지도 조직위에서의 발표가 없는 걸 보면 빈자리를 메꾸는데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해외 업체들의 유치 부분도 신경을 썼는지 의문이고, 국내 게임업체들의 분위기가 좋지않은 것을 캐치했다면 하다 못해 참가비라도 낮춰주는 등 독려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올해 지스타 참가비는 독립부스 기준으로 부스당 85만원에서 95만원으로, 조립부스 기준으로 15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의 운영 방침이 아닐 수 없다.

매년 똑같은 형태, 변화없는 식상함도 문제다. 항상 설레이고 신선해야 하는 게임쇼가 '30분이면 보는 행사' 수준으로 인식이 추락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역시 조직위의 안일한 대응이 빚어낸 결과다.

정부와 게임업계
칼럼
정부와 게임업계 칼럼

여기에 행사가 개최되는 부산시도 특별한 역할이 없긴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매년 1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인디게임 페스티벌 등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정작 지스타 게임쇼를 위한 활동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지스타 참가비는 더 비싸졌고, 서울과 경기도권에서 대거 게임업계인들이 내려오는 상황에서 편의성은 제로에 가깝다.

숙박업체들을 조율한다곤 하지만 올해도 11월 지스타를 앞두고 일부 부산의 숙박업계가 대폭 숙박료를 상승시킨 것도 '게임업계를 호구'로 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숙박업계가 2배 가까이 가격을 올리면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데, 부산시는 매년 이같은 관행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말 뿐이다.

또 매년 해운대를 벗어나 부산 전 지역에서 '지스타'를 즐길 수 있도록 업체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행사를 제외하면 특별한 성과는 보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부산시 역시 "대안이 없어서 부산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지스타 게임쇼를 진행한다."는 평가를 극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게임업체들이 잘했느냐 하면, 게임업체들 또한 잘한 것 하나도 없다.

보통 게임쇼라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안 그래도 힘든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게임쇼에 어떻게 투자하느냐는 반문이 나오지만, 미래 가치를 높여가는 투자를 계속해나가지 않는다면 그 업체에 미래는 없는 것이다.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미래의 수요층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고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핵심이 게임쇼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다못해 오프라인으로 대량의 게이머들을 만나는 자리 마저 외면한다면 게임 개발사의 미래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넷마블게임즈 이미지
넷마블게임즈 이미지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넷마블이 지스타 게임쇼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쓰라리다. 비난을 면치 못할 상징적인 상황으로 꼽힌다. 게임쪽으로 수익을 대거 확충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지스타 게임쇼를 외면한 것 역시 게임업계를 '수익원'으로만 보는 노골적인 처사나 다름이 없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중인 컴투스나 게임빌의 BTC 불참도 시선이 곱지는 않다. 스마일게이트도 쉬어가는 모양새를 보여준 것이 아쉽다.

그마나 올해의 지스타 게임쇼는 국내 게임업계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그리고 메인 스폰서로 화려하게 부각되고 있는 433 등의 회사들이 힘을 내어 겨우 행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낸 모양새다.

또 매년 운영위 측에서는 '지스타게임쇼'의 모객에 대해 발표하면서 20만 명이라는 숫자를 제시해왔다. 하지만 비슷한 모객을 발표하는 '중국 차이나조이'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지스타 게임쇼가 모객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거품으로 부풀려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차이나조이 게임쇼가 '리얼' 수치라면, 지스타 게임쇼는 중복에 중복을 더한 수치에 가깝다. 이부터 정상화하여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을 없애는 것 또한 중요해보인다.

지스타2015
지스타2015

지스타 게임쇼, 이미 지스타는 세계 3대 게임쇼에서 최하로 추락한 모양새다. 또한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고, 더불어 한국 게임업계의 위상 추락도 걱정할 단계까지 왔다고 본다. 때문에 운영위, 부산, 게임업계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지스타 게임쇼의 위상을 높이는 특단의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조직위, 지자체, 게임업계 모두 발 벗고 나서 지스타 게임쇼를 살려야 할 때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게임쇼, 단 하나뿐인 이 소중한 행사가 더 주춤하지 않도록 이제는 다같이 힘을 합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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