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직 보드 게임 작가가 바라본 2021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은?

보드게임 전문 회사 젬블로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2021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을 진행하면서, 보드게임 창작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콘텐츠 분야 창작자 양성을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도제식 멘토링 교육 프로그램이다. 온오프라인 박람회 참여, 내부 공모전, 프로토타입 제작 지원, 오픈 특강, 네트워킹 데이 등 아이디어 기획부터 보드게임 프로토타입 제작까지 필요한 전 과정의 프로그램을 창작지원금과 함께 지원해, 보드게임 장착자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젬블로는 2021년 교육 운영 기관으로 선정되어 총 14명의 멘토와 28명의 멘티가 멘토링 중이다. 이번에 개발 멘토로 참여한 김건희 작가를 만나 2021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한 소감을 들어봤다.

2014년 보드게임 에센 박람회
2014년 보드게임 에센 박람회

Q : 간단한 자기 소개와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A : 저는 보드게임 작가 김건희이고, 보드게임 만든 지는 10년 이상이 된 거 같다. 원래는 대학생 때부터 취미로 만들다가, 35살까지 직장생활 7년하고, 2013년부터 보드게임 작가로 전업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2021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하고 있는데 사업의 취지가 좋다고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보드게임과 관련된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것이 최고 장점이다. 단순히 멘토와 멘티의 1:2 관계뿐만이 아니라, 매년 프로그램 참여 인원이 누적되면서 더 많이 모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어떤 좋은 문화 같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그 문화 속에서 많은 보드게임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기대감 속에 사업에 함께 하고 있다.

Q : 보드 게임 개발에 있어 테마와 시스템 중 어느 것을 먼저 고민하고 개발하면 좋은가?

A : 순서는 상관이 없다. 작가마다 다른 거 같다. 테마를 기반으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수월한 작가도 있고, 반대도 있다. 자기한테 맞는 걸 찾으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매 작품마다 다르다. 좋은 테마를 떠올리면, 메커니즘도 자연스레 떠오르고, 혹은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시스템, 메커니즘)이 먼저 떠오르면, 이후에 재미있는 테마도 자연스레 붙게 되었던 것 같다.

유럽 게임과 북미 게임이 조금 다른 거 같은데, 북미는 테마 강조가 많은 것 같고, 독일 등 유럽 지역 게임을 해보면 굉장히 메커니즘이 강조되는 느낌이다. 스킨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고 할 정도로. 그런데 결국 어느 방식이든 다 좋은 게임이기에, 어느 것을 우선하기보다는 두 방식 모두 연습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Q : 많은 지원자 중 김민수, 표재열 멘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 일단, 저를 1지망으로 해주신 분들 중에 두 분을 선택했다. 우선 민수 님은, 보드게임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지만, 공연예술분야에 관심이 있으셨고, 기존에 구상했던 어떤 콘텐츠를 코로나로 인해 못하게 되면서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다가, 새로 잡은 아이템이 ‘아웃도어 방탈출게임’ 스타일이라서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에 이것과 유사한 게임을 만든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들이 지역활성화 차원에서도 좋을 거 같다는 기대감도 있다.

재열 님 같은 경우는 계획서로 제출한 게임을 보고 선택했다. 제가 만드는 게임 스타일이 간단한 구성물에, 간단한 시스템, 상호작용이 많은 게임이 주를 이루는데, 그런 면에서 재열님의 게임인 ‘스위치온’도 도와드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 멘티들의 장점은?

A : 두 분 다 성실하다. 주어진 과제를 잘해 온다. 민수님 같은 경우는, 보드 게임 경험이 없지만, 멘토링 과정에서 플레이한 게임들을 토대로 반영을 잘 해왔었다. 그리고 아웃도어 방탈출 게임을 만들 때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원칙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 피드백을 주면, 다음에 업데이트를 성실하게 해왔다.

무엇보다 현장 기반이 되는 아웃도어 게임을 기획할 때는, 현장에 있는 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것들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민수님은 이걸 잘하는 것 같다.

재열님 같은 경우도, 피드백을 드리면 이것에 대한 반영을 성실하게 잘해 온다. 가령 기계장치를 만드는 것 같은 어려운 피드백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도 본인이 직접 리서치해서 어떻게든 해결해 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간단한 구성물을 통해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상호작용이 강한 게임을 만드는 데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잘 발전시키면 훌륭한 개성이 될 것 같다.

김건희 작가 개인 작업실
김건희 작가 개인 작업실

Q : 창작과 관련이 없는 전공을 했으나, 보드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진 지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A :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대학교 1학년 때 방황을 많이 했다. 결국 학생의 신분 속에 자신의 직업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이 적다 보니, 본인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20대부터 고민하다가 35살에 보드게임 작가를 시작한 만큼, 여유를 가지고 도전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잘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 중요하지, “이게 얼마를 버는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요즘은 뭐든 열심히 한다면 굶어 죽지 않는 시대라고 생각된다. “돈이 되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기보다는, “보드게임 작가를 하고 싶은가, 오래할 수 있는가, 재미있는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고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Q : 창작을 위한 보조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나? 작가님 활동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A : 제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역시 게임이다. 다른 좋은 게임들에서 좋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게임에는 배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드게임 중에는 ‘성공한’ 게임도 있을 것이고 ‘실패’한 게임도 있을 것이다. 실패한 게임을 보면 “이런 게임이 도대체 어떻게 출시가 됐지”라고 생각이 드는 게임도 있겠지만, 모든 게임에는 출시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아보려 고민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책이다. 다양한 책을 보면 다양한 테마를 떠올릴 수 있다. 게임을 만들 때의 지식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겠지만, 직관적인 면에서도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추가로 창작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예전부터 에버노트를 써왔다, 보드게임뿐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나중에 까먹기 때문에. 요즘에는 원노트도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마인드맵소프트웨어’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가지 돌려가면서 쓰다가 요즘에는 웹에서 제공하는 게 있어서 그것을 쓰고 있다.

앞서 설명한 에버노트는 기록용으로, 정보를 기록해놓고 찾아서 쓰는 것이라면, 마인드맵소프트웨어는 생각을 정리할 때 좋다. 뇌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버리는’ 일인데 (뇌에 수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일부를 버리고 카테고리화 시키는 일을 한다), 이런 면에서 마인드맵소프트웨어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특히 간단한 캐주얼 게임보다 구조화된 게임을 기획할 때 도움이 더 되는 것 같다.

김건희 작가
김건희 작가

Q : 2022년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A : 대부분은 작가 개인 사비를 써서 게임을 만드는데, 이 사업에 참여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고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을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실제로 부러워한다.

그리고 멘토들을 만나는 게 큰 장점이다. 멘토도 한 명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 담당 멘토 외에도 여러 멘토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 퍼블리셔, 아트워크 등 여러 활동을 하는 멘토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멘토들과 교류하면 여러 가지 노하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게임이 출시될 확률도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자신이 지원해서 붙게 되면, 이것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6개월 안에 게임을 완성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해낸다면, 스스로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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