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멋이 폭발한다! 게임 속 영포티 캐릭터
게임 속 주인공 캐릭터는 대개 젊다. 아니 오히려 어리다고 볼 수 있는 정도다. 세상을 구하는 용사가 10대에 불과할 정도이니 말이다. 패기와 빠른 몸놀림 그리고 성장해가는 모습까지 담아야 하니 나이 많은 캐릭터보다는 젊은 캐릭터들이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게임 시장에서는 햄버거 같은 젊은 맛이 아니라 우거지 된장국 같은 깊은 맛을 자랑하는 중년의 캐릭터도 존재한다. 세월이 쌓이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그들은 거칠어진 얼굴, 쌓인 경험,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때로는 젊은이 못지않은 힘과 센스까지 갖추며 영포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미중년 캐릭터 중 하나는 올해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으로 돌아온 1977년생 레온 S. 케네디다. 레온은 게이머들에게 ‘바이오하자드 2’의 21세 신참 경찰, 혹은 ‘바이오하자드 4’의 젊고 능숙한 정부 요원 이미지로 익숙하다. 30대 중반 이후를 그린 ‘바이오하자드 6’도 있지만 게임 평가가 좋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이번 작품인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에서 레온은 49세로 등장하며, 더 이상 젊은 미남 요원이라기보다 수많은 바이오테러 사건을 지나온 40대 후반의 베테랑으로 그려진다. 49세가 된 그는 신참 경찰 시절 겪은 라쿤시티 사건 이후 약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왔고, 그동안 겪은 사건들을 통해 쌓은 경험을 무기로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다.
캡콤의 여성 직원들 의견이 반영되어 완성한 중년의 레온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에서는 무려 포르쉐를 타고 해밀턴 시계를 손목에 차고 부와 여유도 과시한다. 심지어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에서는 반지도 숨기고 있는 로맨티스트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같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크리스 레드필드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좀비와 생물병기를 앞세운 생존 공포 게임으로 출발했지만, 시리즈가 거듭되며 바이오테러와 특수부대 작전, 세계적인 위협까지 다루는 액션 게임으로 확장됐다. 크리스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중 하나다.
크리스는 1973년생으로 설정된 캐릭터다. ‘바이오하자드 6’에서는 약 40세, 그가 마지막으로 등장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에서는 약 48세에 해당한다. 젊은 시절에는 S.T.A.R.S. 소속의 정예 대원으로 생존 공포의 현장을 누볐다면, 40대의 크리스는 수많은 바이오테러 사건을 겪은 베테랑 군인이자 현장을 지휘하는 리더로 그려진다.
크리스는 젊은이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압도적인 피지컬이 매력 포인트로, 커다란 바위마저 그의 앞에서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 물론 그는 단순히 강력한 군인으로만 그려지지는 않는다. 동료의 죽음과 실패의 기억에 흔들리고, 다시 싸움에 나서는 인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에서는 의도를 알 수 없는 냉정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후반 크리스가 보여준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중년의 무게감을 잘 보여준다.

‘용과 같이’ 시리즈의 키류 카즈마도 빼놓을 수 없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범죄, 도시 탐험, 인간 드라마, 코믹한 미니 게임 등이 한데 섞인 독특한 액션 어드벤처다. 키류는 1968년생으로 설정된 캐릭터로, ‘용과 같이 3’부터 ‘용과 같이 6: 생명의 시’까지 시리즈에서 40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키류는 한때 전설적인 야쿠자로 불렸던 인물이지만, 이 시기의 키류는 싸움보다 책임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시리즈를 거치며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을 운영하고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삶을 택하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돈을 보내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 몸을 던진다.
‘용과 같이 6’에서는 40대 후반의 키류가 하루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 키류는 마치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준다. 키류의 팬이라면 ‘용과 같이7 외전 이름을 지운 자’를 즐긴 이후 눈시울이 붉어질지도 모른다.

‘헤일로’ 시리즈의 마스터 치프, 본명 존-117도 40대 캐릭터로 꼽을 수 있다. ‘헤일로’는 인류와 외계 세력의 전쟁, 고대 문명의 유산, 우주적 위협을 다루는 SF FPS 시리즈다. 마스터 치프는 이 거대한 전쟁 서사의 상징 같은 존재로, 얼굴보다 헬멧과 녹색 장갑을 입은 캐릭터로 더 잘 기억되는 캐릭터다.
존-117은 2511년생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헤일로 인피니트’의 배경인 2560년 기준으로 약 49세에 해당한다. 물론 그는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스파르탄-II 프로그램에 투입됐고, 강화 수술과 군사 훈련을 거쳐 슈퍼 솔저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여기에 냉동 수면 기간도 있어 생물학적인 나이를 무작정 40대라고 하기는 힘들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차례 위기에서 세상을 구원하는 그의 모습과 말수가 적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40대의 진중한 매력을 엿보기에 부족하지 않다. 세련된 이미지와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묵묵한 사명감으로 증명하는 캐릭터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GTA V’의 마이클 드 산타는 앞선 인물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40대를 보여준다. ‘GTA V’는 로스 산토스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범죄 액션 게임으로, 마이클, 프랭클린, 트레버라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게임 설정상 1965년생인 마이클은 범죄와 풍자, 블랙코미디가 결합된 ‘GTA V’에서 은퇴한 범죄자이자 무너진 중년 가장으로 등장한다. 과거에는 은행강도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후 새 신분으로 로스 산토스의 고급 주택가에서 살아간다. 겉으로 보면 성공한 인생처럼 보인다. 큰 집도 있고, 가족도 있고, 돈도 있다.
하지만 정작 마이클의 삶은 공허하다. 가족과의 관계는 무너져 있고, 본인은 과거의 스릴과 전성기를 잊지 못한다. 마이클은 멋있지만 동시에 한심하고, 부유하지만 불행하며,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가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범죄 수행 중 무리의 리더로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주인공다운 면모를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