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놓는 곳이 개발실" 7시간 만에 게임 만드는 'AI 게임잼' 현장을 가다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의 한 레지던스에서는 다소 독특한 조건을 내건 게임잼이 진행됐다.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진행한 ‘7-Hour AI Game Jam’이 그 주인공이다.

‘7-Hour AI Game Jam’은 이름 그대로 한정된 시간 동안 AI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행사다.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의 핵심 재미를 실제로 구현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사 역시 “게임 엔진 없이, 기존 에셋 없이, AI 기반 프로토타이핑'을 내세우며 유니티나 언리얼엔진 같은 상용 게임 엔진 없이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주요 규칙으로 내걸었다.

게임잼 현장
게임잼 현장

이번 게임잼에는 약 24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프로그래머와 기획, 디자인 등 각자의 역할과 강점을 바탕으로 팀을 구성한 뒤 곧바로 아이디어 회의에 돌입했다.

거창한 개발 환경도 없었다. 행사가 열린 호텔의 테이블부터 소파 앞 작은 탁자, 침대 옆까지 노트북을 놓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개발실이 됐다. 한쪽에서는 노트북 화면을 함께 바라보며 의견을 나눴고, 다른 쪽에서는 종이를 들고 게임의 구조를 설명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노트북을 놓을 수 있는 그곳이 작업실이 된다.
노트북을 놓을 수 있는 그곳이 작업실이 된다.

“이런 게임을 만들어 보자”라는 몇 마디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AI를 거치자 빠른 속도로 화면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AI에 필요한 기능을 요청하고, 나온 결과물을 확인한 뒤 다시 수정 사항을 전달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없애고 새로운 기능을 붙이는 과정도 계속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는 단순한 화면과 기능만 갖추고 있던 게임도 하나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일부 게임은 짧은 시간에 AI로 제작한 결과물이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면 구성과 플레이 구조가 구체화돼 있었다.

밤샘 개발도 마다 않는 개발자들
밤샘 개발도 마다 않는 개발자들

아이디어도 제각각이었다. 고전 ‘스네이크’ 방식의 움직임에 ‘테트리스’의 규칙을 더한 작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갈매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액션 게임을 만드는 팀도 있었다.

주가의 등락을 소재로 한 게임도 등장했다. 화면에 맞춰 제대로 클릭하지 못하면 주가가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주식과 리듬액션이라는 전혀 다른 소재를 하나로 섞었다. 한쪽에서는 천재 마법사가 등장하는 게임 개발이 한창이었다. 이 게임은 키보드로 직접 타이핑해 효과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공격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들은 타이핑이라는 단순한 행동을 게임의 핵심 조작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게임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다.
게임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몇 줄의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작품들이 불과 7시간 만에 실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약 30초 안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짧은 시간 안에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핵심 재미를 보여주는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MT 같지만 게임 개발 중인 개발실입니다.
MT 같지만 게임 개발 중인 개발실입니다.
콘텐츠 진흥원의 협조로 가득차 있는 냉장고
콘텐츠 진흥원의 협조로 가득차 있는 냉장고

밤이 깊어져도 현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노트북 앞을 떠나지 않은 채 개발을 이어갔고, 팀원들과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며 끊임없이 의견을 나눴다. 객실 한편에 마련된 냉장고에는 늦은 시간까지 개발을 이어가는 참가자들을 위한 음료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관문은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각 팀은 완성한 결과물을 자정까지 서버에 올린 뒤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단 30초 안에 설명하는 ‘엘리베이터 피치’​에 나서며 게임 개발을 마무리했다.

토론 중인 게임잼 참가자들
토론 중인 게임잼 참가자들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게임잼 참가자들의 일정은 다음 날인 15일까지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 기상과 식사를 마친 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이 열리는 벡스코 행사장에서 전날 자신들이 만든 게임잼 결과물을 실제 BIC 출품작들과 직접 비교하며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날 참가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제작한 게임과 유사한 장르의 작품 3개 이상을 플레이하며 핵심 재미를 비교하는 미션도 주어진다. 첫 30초 동안 느껴지는 인상과 조작, 보상 구조를 살펴보고, 플레이 도중 인상적이었던 연출과 아이디어를 기록한 뒤 자신의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까지 정리하는 과정을 겪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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