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요슈아를 향한 에스텔의 모험과 완성된 이야기 '하늘의 궤적 the 2nd'
2006년 작품을 리메이크해 약 20년만에 돌아온 전작을 즐기면서 농담처럼 "이러다 영영 궤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하늘의 궤적 the 1st'의 후속작 '하늘의 궤적 the 2nd'가 오는 9월 17일 정식 발매된다.
게임 출시에 앞서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코리아(CLEK)의 도움을 받아 스팀 버전으로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2006년 발매된 원작 '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SC'를 즐긴 이용자라면 알고 있겠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한층 깊어진 전투 시스템과 다양한 연출을 더해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래픽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원작 일러스트의 분위기를 3D로 자연스럽게 옮겨 캐릭터들이 일러스트의 모습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표정과 몸짓도 풍부해진 만큼 게임을 즐기는 내내 각 캐릭터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의 경우 스팀 버전으로 게임을 즐겼으며, PC 사양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다. 그래픽 옵션을 적당히 조절하면 일반적인 PC는 물론 ROG Xbox Ally X같은 휴대용 PC에서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연출의 규모도 한층 커졌다. 드래곤을 비롯한 거대한 적이 등장하고 하늘을 나는 비행정의 전투가 펼쳐지는 등 원작의 주요 장면들이 현대적인 3D 연출로 다시 태어났다. 이야기의 규모가 커지는 시점에 맞춰 화면을 가득 채우는 대규모 연출을 배치해 보는 맛을 살렸다.
게임의 주요 특징인 전술 오브먼트도 발전했다. 전작에서 6개였던 쿼츠 슬롯이 7개로 늘었으며, 각 슬롯을 강화하는 요소도 추가됐다. 슬롯을 강화하면 상위 쿼츠를 장착할 수 있고, 속성 수치를 조합해 더욱 강력한 도력 마법인 아츠를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의 역할과 전투 전략에 맞춰 쿼츠를 구성하는 재미가 한층 깊어졌다.

전투는 전작처럼 실시간 액션 방식의 퀵 배틀과 턴제 방식의 커맨드 배틀을 자유롭게 전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퀵 배틀에서는 파티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 적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크래프트 게이지를 모아 캐릭터 고유의 크래프트를 사용하고 동료와 함께하는 공격도 펼칠 수 있어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가까운 감각으로 즐길 수 있다.
적보다 레벨이 5이상 높으면 퀵 배틀에서 가하는 대미지가 2배로 늘어나 일반 전투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 크래프트 게이지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강력한 기술을 연이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브레이브 게이지 두 칸을 소비해 조작 캐릭터와 동료가 넓은 범위에 강력한 연계 공격을 펼치는 '브레이브 러시'도 준비됐다. 통상 공격과 점프 공격, 회피, 캐릭터 고유 크래프트에 브레이브 러시까지 더해지면서 퀵 배틀의 전술적인 선택지가 늘었다.
이용자는 퀵 배틀 도중에는 언제든지 전술을 전환해 커맨드 배틀로 돌입할 수 있다. 퀵 배틀에서 적에게 스턴을 건 뒤 전환하면 곧바로 브레이브 어택이 발동한다. 파티원 모두가 공격을 퍼붓는 '버스트', 두 명이 연계하는 '체인', 추가 공격을 가하는 '추격' 등 다양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전작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모든 적을 퀵 배틀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퀵 배틀로는 충분한 대미지를 주기 어려운 적이 등장하고 주요 전투도 커맨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두 전투 방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퀵 배틀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든 뒤 커맨드 배틀에서 대미지를 폭발시키는 과정이 이번 작품에서도 전투의 핵심 재미로 자리한다.

커맨드 배틀에서는 화면 왼쪽에 표시되는 캐릭터의 행동 순서와 AT 보너스를 살피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행동 순서를 조절해 회복이나 공격 보너스를 빼앗고 적의 강력한 기술을 방해하는 등, 단순히 위력이 높은 기술만 사용하는 것보다 전투 전체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요구된다.
전투 외에는 낚시와 같은 부가 콘텐츠가 마련됐다. 낚싯대와 미끼의 조합에 따라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달라지고, 낚시 수첩을 채우면 보상 아이템도 받을 수 있다. 치열한 전투와 무거운 이야기 사이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면서 수집의 재미까지 챙길 수 있는 요소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스토리다. 이야기는 전작의 결말 직후부터 시작한다. 하모니카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춘 요슈아를 되찾기 위해 에스텔이 다시 리벨 왕국을 여행한다. 이제 준유격사가 아닌 정유격사다.
전작의 이야기가 에스텔과 요슈아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리벨 왕국에 숨겨진 음모를 조금씩 드러내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흩어져 있던 복선과 인물들의 사연을 본격적으로 회수한다. 에스텔이 여러 도시에서 마주하는 사건들은 처음에는 각기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결사 '몸을 먹는 뱀'의 음모와 맞닿는다.

무엇보다 에스텔의 성장이 인상적이다. 전작에서는 언제나 요슈아가 곁을 지켜줬지만, 이번에는 홀로 여행을 시작해 스스로 판단하고 동료들을 이끌어야 한다. 요슈아를 되찾겠다는 개인적인 목표에서 출발한 여정이 점차 주변 사람들과 리벨 왕국 전체를 지키기 위한 모험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으로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더욱 깊어진다. 전작에서 만난 동료들이 다시 에스텔의 여정에 합류하고, 각자가 품고 있던 고민과 관계도 한 단계 더 나아가고 풀어지며 해결된다. 단순히 요슈아를 찾는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정리하며 긴 이야기를 따라온 이용자에게 감정적인 보상을 전한다.

모험의 무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리벨 왕국이다. 이미 방문했던 도시와 길을 다시 지나게 되는 만큼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같은 장소에서도 사건 이후 달라진 사람들의 반응과 새로운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어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 같은 장소에서의 새로운 모험은 JRPG 들이 잘하는 부분 중 하나로 이번 하늘의 궤적 시리즈도 '드래곤퀘스트' 시리즈 못지 않게 수준 높게 완성했다.
편의 기능도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게임 진행 속도를 높여주는 하이 스피드 모드를 지원하며, 주요 퀘스트와 목적지가 맵에 표시돼 넓은 지역을 헤맬 필요가 없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RPG인 만큼 이동과 반복 전투에서 오는 부담을 줄여주는 기능이 반갑다.

뷰어 모드도 새롭게 마련됐다. 장소와 캐릭터, 동작, 코스튬 등을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으며, 원하는 구도를 잡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발전한 그래픽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은 팬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늘의 궤적 the 2nd'는 전작에서 뿌린 이야기의 씨앗을 거두면서 에스텔과 요슈아의 모험을 완성하는 작품이다. 전작을 즐긴 팬이라면 다시 한번 궤적의 굴레에 기꺼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되리라 본다.

다만, '하늘의 궤적 the 2nd'는 전작의 결말 바로 다음부터 이야기가 이어지는 정통 후속작인만큼 등장인물의 관계와 주요 사건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번 작품만 단독으로 즐기기 다소 무리가 있다. 아직 전작을 만나지 않았다면 '하늘의 궤적 the 1st'부터 플레이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