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나온 집행검. 엔씨소프트의 격이 다른 마케팅

엔씨소프트가 KBO 9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NC다이노스가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9년만에 거둔 결실이다.

창단할 때만 하더라도 프로야구의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반대하는 구단 때문에 눈칫밥을 먹으며 힘겹게 창단했으며, 창원시와의 갈등으로 홈구장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계속 고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올해 드디어 첫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창단 후 9년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KBO 역사상 창단 후 최단 기간 우승 2번째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가장 빠른 기록은 창단 8년만에 우승을 차지한 SK와이번스가 가지고 있긴 하지만, 바로 1군 리그에 합류한 SK와 달리 NC다이노스는 1년간 2군 리그를 거쳤으므로, 1군 리그만 보면 타이기록이다.

역대 두 번째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지만, 올해 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보여준 엔씨소프트의 격이 다른 마케팅 전략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집행검을 뽑는 양의지 선수. 출처 KBO
집행검을 뽑는 양의지 선수. 출처 KBO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를 상징하는 아이템인 집행검을 현실로 소환했고, 주장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뽑아들며 우승 세레머니를 펼쳤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장면인 만큼 전세계 야구팬들이 이 장면을 주목했으며,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트로피가 아닐까”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렇게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집행검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이벤트가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전략적인 준비를 통해 탄생했다.

이 아이디어는 정규 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NC다이노스 창단 멤버인 박민우 선수의 제안을 시작으로 시작됐으며, 엔씨소프트는 집행검 모형을 제작하는 것과 동시에 최근 공개한 리니지2M 광고에서 김택진 대표 등 경영진이 직접 대장장이로 분장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장면을 선보였다. 광고에서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아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것이 한국 시리즈에 등장하게 될 집행검이었던 것이다.

집행검을 만드는 김택진 대표
집행검을 만드는 김택진 대표

게다가 집행검을 든 양의지 선수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예전부터 리니지를 즐겨온 팬으로 유명하다. 팬들 사이에서는 린의지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이며, 4년 125억 계약 덕분에 린의지+125강 집행검이라는 말도 나왔다.

또한, 리니지M에서는 NC다이노스 응원 상자를 선보였다. 상자에 담긴 응원 티켓은 NC다이노스가 우승하지 못할 경우 평범한 아이템이 되지만, 우승할 경우 리니지M에서 모두가 바라는 최고의 아이템인 TJ쿠폰으로 변한다는 약속을 담았다. 야구, 그리고 NC다이노스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NC다이노스를 응원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이런 치밀한 준비를 통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덕분에 집행검은 리니지 이용자들만 아는 비싼 아이템에서 승리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리니지M NC다이노스 응원 이벤트
리니지M NC다이노스 응원 이벤트

과거 NC다이노스 창단 소식이 들릴 때만 하더라도, 게임팬들조차 “리니지에 방망이나 야구공 아이템이나 나오겠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엔씨소프트는 역발상으로 야구를 게임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세상 밖으로 꺼냈다. 단순히 게임 마케팅을 위해 야구단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는 김택진 대표의 발언이 진심이었을 보여주는 결과다.

서로를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각각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도 나오고 있다. NC다이노스 덕분에 집행검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 연말 시장을 노리고 대형 업데이트를 선보인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으며, NC다이노스는 게임 팬들의 지지까지 더해지면서 단기간에 KBO 최고 인기 구단인 엘롯기(LG, 롯데, 기아)에 버금가는 강력한 팬덤을 확보했다.

또한, 이번 집행검 세레머니가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NC다이노스,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매출 6000억짜리 중소 회사가 매년 200억이 넘는 야구단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비판까지 받았던 엔씨소프트는 이제 전세계로 뻗어나가며 매출 2조 클럽 가입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엔씨소프트와 NC다이노스가 같이 걸어갈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집행검을 들고 우승을 기뻐하는 선수들. 출처 NC다이노스
집행검을 들고 우승을 기뻐하는 선수들. 출처 NC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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