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가 없다고? 그럼 사면 되지! 압도적인 부를 과시하는 MS와 텐센트

전세계 게임 시장이 IP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는가가 성공의 척도가 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멀티플랫폼이 기본이 되면서, 성공한 IP가 탄생하면 오히려 서로 모셔가려고 안달이 난다.

과거 20년 전부터 국내 PC MMORPG 시장을 주도했던 리니지와 리니지2는 모바일로 무대를 넓히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스팀에서 돌풍을 일으킨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PC를 넘어 콘솔, 모바일까지 발을 넓혀 전세계 배틀로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모든 회사들이 창고에 뮤, 미르의 전설, 라그나로크 같은 IP를 쌓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IP가 없는 회사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요즘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기존 인기 IP 기반 게임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신작을 선보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MS의 베데스다 인수
MS의 베데스다 인수

이런 상황에서 놀랍고도 가장 확실한 해결책을 선보인 곳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MS와 텐센트다. 한 때 커뮤니티에 유행하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그건 돈이 부족한 사람의 핑계다” 라는 말을 현실화 하듯 인기 IP를 새롭게 개발하는 대신,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기 IP를 보유한 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다.

차세대 게임기 XBOX 시리즈 X와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패스를 앞세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MS는 지난해 말 엘더스크롤, 둠 등으로 유명한 베데스다를 무려 8.7조원을 주고 인수했다. 과거 2014년에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모장을 인수한 것도 화제가 됐지만, 이번 거래는 모장 때보다 3배 더 큰 규모로, 전세계 게임사 M&A 중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MS가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게임패스를 성공시키기 위함이다. 경쟁사인 소니, 닌텐도와 비교했을 때 강력한 독점작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강력한 IP 게임들을 게임패스로 제공해서 구독자를 늘리고, 결국에는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속셈이다. 소문에 의하면 베데스다에 버금가는 또 다른 대형 인수건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텐센트
텐센트

텐센트 역시 최근 대형 M&A를 위해 수조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준비하고 있는 소문이 들려오고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6년 슈퍼셀을 10조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인수하면서 전세계 게임사 M&A 규모 1위에 올라 있는 텐센트는 이후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전세계 대형 게임사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 중이다.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액티비전블리자드, 에픽게임즈, 그라인딩기어게임즈 등의 지분도 보유 중이다. 최근에는 마크 오브 더 닌자, 돈 스타브 등으로 유명한 클레이엔터테인먼트의 지분도 인수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위권 게임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 대형 M&A를 위해 모은 자금으로 한국, 또는 미국의 주요 게임사를 사들일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도 춤을 추는 중이다.

텐센트가 10조원을 들여 인수한 슈퍼셀
텐센트가 10조원을 들여 인수한 슈퍼셀

텐센트가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일 수 있는 배경에는 전세계 1위 규모로 성장한 내수 시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 깔려 있다. 초기에는 단순 IP 계약, 퍼블리싱 계약 수준에서 머물렀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해당 게임사의 기존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자, 아예 적극적인 지분 투자를 통해 양사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배틀그라운드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크래프톤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공동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M&A가 계속되면서, 대형 게임사들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는 하다. 이미 EA의 손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웨스트우드, 맥시스, 불프로그를 보면서 M&A가 어떻게 시장을 망치는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만, 경쟁 심화로 인해 개발비가 점점 증가하면서 게임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텐센트와 MS는 최근 인수한 회사들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형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M&A가 향후 게임시장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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