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시장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신작 격돌
한때 일부 마니아층을 겨냥한 장르로 평가받았던 서브컬처 게임이 글로벌 게임시장의 핵심 장르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은 지난 10여 년간 여러 차례 변화를 거치며 게임의 규모와 형태가 크게 달라졌다. ‘소녀전선’, ‘페이트/그랜드 오더’, ‘벽람항로’ 등 모바일게임 시장 초창기 작품들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재미를 앞세웠다면, 이후 ‘붕괴3rd’, ‘명일방주’ 등의 작품은 액션과 전략 요소를 강화하며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2020년 등장한 ‘원신’은 오픈월드와 고품질 3D 그래픽, 대규모 콘텐츠를 앞세워 서브컬처 게임의 규모를 또 한 단계 끌어올렸고, 이후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각기 다른 장르와 플레이를 강조한 대형 작품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캐릭터 수집에 그치지 않고 오픈월드, 생활 시뮬레이션, 몬스터 수집, 도시형 샌드박스, 추리 등 기존 게임시장의 주력 장르와 서브컬처 특유의 세계관을 결합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이들 신작 중 상당수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개발사들이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대작으로 등장해 서브컬처 시장의 새로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작품은 만쥬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국내 서비스를 맡은 ‘아주르 프로밀리아’다. 만쥬게임즈는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은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벽람항로’를 개발한 회사로, ‘아주르 프로밀리아’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하는 AAA급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키보’라 불리는 생명체다. 이용자는 광활한 판타지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각 지역에 등장하는 키보와 교감해 이들을 동료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지난 5월 국내 CBT를 진행해 180종 이상의 키보와 협동 PvE, 키보 간 대결, 각종 미니게임 등을 공개해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호요버스의 ‘쁘띠 플래닛(Petit Planet)’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게임은 ‘원신’,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 대형 액션·RPG를 연이어 성공시킨 호요버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전투보다 이용자의 일상과 다른 캐릭터와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자신만의 작은 행성을 가꾸는 ‘플래닛 텐더’가 되어 농작물을 재배하고, 낚시와 채집을 즐기며 각종 물건을 제작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이웃’과 관계를 형성하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자원과 인물을 만나는 ‘스타시’ 탐험을 즐길 수 있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에서도 ‘쁘띠 플래닛’은 호요버스의 주요 출품작 중 하나였다. 현장에서 직접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시연대를 운영했으며,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도 영상을 공개해 2026년 겨울 글로벌 출시를 예고했다.

넷이즈게임즈 산하 네이키드 레인(Naked Rain)이 개발 중인 ‘무한대(ANANTA)’는 서브컬처 게임과 도시형 오픈월드를 결합한 작품이다. 과거 ‘프로젝트 무겐(Project Mugen)’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이용자는 대도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캐릭터를 조작해 사건을 해결하고 도시 곳곳에서 여러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자연이나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기존 서브컬처 오픈월드와 달리 현대적인 도시 자체를 하나의 놀이터로 활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차량을 이용해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다양한 이동 수단으로 건물 사이를 오가는 것은 물론, 여러 캐릭터와 팀을 구성해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개입하는 등 높은 자유도를 강조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어반 오픈월드 RPG’를 전면에 내세우며 번화가와 뒷골목, 구도심 등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 도시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무한대’ 역시 게임스컴 2026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게임스컴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 새로운 영상이 공개됐으며, 이후 2027년 1월 15일 글로벌 출시 일정까지 확정됐다.

‘실버 팰리스(Silver Palace)’ 역시 차세대 서브컬처 대작으로 꼽힌다. '앙상블 스타즈!!’와 ‘애니팝(Anipop)’ 등의 IP를 보유한 해피 엘리먼츠 산하의 실버 스튜디오가 개발한 이 작품은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오픈월드 액션 RPG다.
이 게임은 필드를 자유롭게 탐험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단서를 조사하는 추리 요소가 등장하고, 전투에서는 여러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교체하며 스킬과 QTE 연계를 사용하는 빠른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게임스컴 2026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현장 부스를 운영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글로벌 사전예약자 역시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출시 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한국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이 참여한 넥슨게임즈의 ‘프로젝트 RX’는 최근 정식 명칭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로 확정했다.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캐릭터와 함께 생활하고 교감하는 경험을 강조한 작품으로, 오는 9월 17일 개막하는 도쿄게임쇼 2026에서 개발 중인 버전의 첫 대규모 시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엔씨도 디나미스 원이 개발 중인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통해 경쟁에 뛰어든다. 이 작품은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평범한 공무원이 마법세계의 행정을 담당하며 사건을 해결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운 신전기 서브컬처 RPG다. 엔씨는 지난 8월 CBT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으며, 도쿄게임쇼 2026에도 단독 부스를 마련해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서브컬처 게임은 캐릭터 수집을 시작으로 이제는 거대한 오픈월드를 구현하고, 도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수집하거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단계까지 영역을 넓혔다."라며, "쟁쟁한 개발사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브컬처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부터 이어질 신작들의 경쟁이 또 한 번 시장의 기준을 바꾸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