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타2, 영광의 재현인가 과거의 답습인가
2010년 국내 게임업계의 최대 주목작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주저없이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스타2'의 폭발력은 말로 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PC방에서 수많은 게이머들이 10년 넘게 전작인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있고, 연일 게임 방송에서 '스타크래프트' 중계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만 봐도 '2'가 가져오는 응축력이란 굉장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지난 해 말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2009를 갔던 게이머들이라면 체감적으로 다가온 '스타2'의 가능성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블리자드는 이때 간단한 '스타크래프트2' 체험관과 시범 경기를 운영했을 뿐이지만, 게이머들은 블리자드 행사장 앞에 인산인해처럼 모여들어 무엇에 홀린 듯 서 있었다. 블리자드의 내부 테스트 직원들간의 대전이었던 시범경기는 그 자체만으로 지스타2009 최고의 콘텐츠였고 수많은 게이머들을 한 시간 넘게 서서 구경하게 만들었다. 국내 기준으로는 '스타2가 예견된 성공작'이라고 판단하는데 이견이 없을 만큼의 압도적인 집중력과 관객 유치력을 보여준 것이다.
게임 자체를 보면 이제 '스타2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나 신비감은 거의 사라졌다. 오랜 시간에 걸친 블리자드의 홍보와 최근 시행된 베타테스트로 인해 대부분 공개됐기 때문이다. 풀3D로 인한 미려한 그래픽, 각 종족 별 파격적인 유닛 증가, 각 상성 재배열의 조합 등 이슈거리도 얼마든지 있다. 게임 매체들의 앞다툰 노력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도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넘쳐나게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성공할 것인가, 라고 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일단 기본적인 판매량은 보장될 것이라는데 아무도 이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출시 후 1~3년 사이에 100만 장 정도로 국내 판매량이 멈춘다고 가정해보자. 100만장 자체가 대단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스타2는 실패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래서 '스타2'의 성공 기준을 전작 수준의 판매량(680만 장)이라고 책정한다면 전문가들도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부정적이다. 현재에는 'PC방의 처음 도입'으로 마련된 시기적 이점도, 'e스포츠의 도입'으로 인한 장기적 붐도 전작 만큼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인 게이머들이 발매와 동시에 '스타2' 게임을 구입하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타2' 판매량의 최대 변수는 단연 PC방과 e스포츠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2가지 핵심 요소는 아직까지 안개가 낀 듯 뿌옇다. 전문가들이 '스타2'의 성공 가능성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2가지 요소에서 블리자드가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PC방에서는 블리자드의 운영 방식이 어떤 지가 핵심이다. '스타2'는 배틀넷 아이디를 통해 접속해서만 즐길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전작처럼 PC방에서 패키지를 산 후 불특정 다수가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도록 하기가 어렵다.
만약 블리자드가 과거처럼 PC방에서 불특정 다수가 '스타2'를 즐길 수 있게 한다고 하면, 블리자드가 주장하고 있는 배틀넷의 유저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PC방에서 잘하는 사람들이 초보자들과 붙어서 대량 학살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게이머들이 PC방에서 못 즐기게 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식을 따져보자면 블리자드가 PC방에게서 '스타2'와 관련된 별도 요금을 받고, PC방에서는 게이머들이 '스타2' 패키지를 구입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아이디로 들어가서 '스타2'를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게임의 과금 방식이 가능성이 높지만, 이렇게 진행하면 '패키지 판매량'이 확 줄어들게 된다. PC방은 최소 50만 장에서 100만 장은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블리자드가 PC방에게 일정 패키지 판매도 하게 하고, 배틀넷도 정액제를 한다면 PC방들의 반발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정해지는 순간 '순탄치 않은' 서비스가 예상되며, 국내 상당수 게이머들이 '블리자드 = 욕심쟁이'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e스포츠로의 가능성이다. 블리자드는 이미 배틀넷 안에 '프로게이머'라는 등급의 리그를 마련해두었다. 그만큼 e스포츠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방송사와 프로게이머들을 원하지, 국내의 e스포츠 집약체인 한국e스포츠협회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어 갈등이 예견되고 있다. 실제로 2달 전 마이크 모어하임 대표가 한국 프로게이머들에게 베타테스트 키를 전하러 왔지만, 개별적으로 프로게임단에 연락했지 e스포츠협회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아무 프로게이머도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마이크 모어하임 대표가 국내 e스포츠 정책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자뭇 궁금하다.
게임 내용적으로는, 스타2가 e스포츠로 부흥할 것은 틀림없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전작인 '스타크래프트'는 종족 간의 높은 밸런스뿐만 아니라 빠른 진행, 쉴새 없이 벌어지는 공방, 전술전의 승부가 곧바로 전체의 승부를 결정짓는 구조 등 한국인의 취향에 딱 맞아 떨어졌다. 이 부분이야 '스타2'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타 버전을 플레이 해보면, 아니 프로게이머들에게 플레이를 시켜봐도 아직까지는 '스타2' 유닛간의 상성이 너무나도 강력하다. A 유닛이 B 유닛을 이긴다고 게임 내에 설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컨트롤을 잘해도 A 유닛이 B 유닛을 단 시간에 녹여버린다.
이러한 강력한(컨트롤로 아예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의) 유닛 간의 상성은 e스포츠의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e스포츠 팬들은 경이적인 컨트롤 능력으로, 아주 약간이나마 상성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최소 관객들은 자신들과는 조금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탁월한 공방을 원한다. 사소한 컨트롤의 승리는 수많은 입소문을 통해 해당 프로게이머를 띄우고, 이는 게임 수명의 연장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오랜만에 무대에 선 임요환이, 골리앗으로 상대 프로게이머를 격침한 그날 배틀넷에 수많은 게이머들이 골리앗을 쓰면서 즐기던 그 모습이 눈 앞에 선 하다.
'스타크래프트2'의 베타 서비스로 인해 아시아 서버의 동시 접속자가 1만 명이 넘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블리자드가 부디 국내의 PC방이나 e스포츠를 존중하고 최대한 협조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파급력을 갖추어 가길 기대해본다. 680만 장이라는 전작의 판매량은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고, PC방-재미- e스포츠가 3위 일체로 찰떡마냥 붙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을 때 달성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수익원 중심으로, 혹은 자사의 e스포츠 주도권 중심으로 너무 고집을 피우지 않고, 제 2의 스타크래프트 쇼크를 일으켜 보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