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게임을 원한다면...
한자동맹?
게임은 본격적인 대항해시대가 시작되기 전인 14세기 북유럽 무역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한자동맹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한자콕 상선을 이용해 도시와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로 도시의 점유율을 넓히고 무역으로 이익을 얻으며 발트해의 거상이 되어 볼 수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고에이의 게임 대항해시대를 떠올릴만한 게임 테마죠. 사실 국내에서는 대항해시대의 영향으로 인해, 그 시대 유럽의 역사나
지리에 조예가 깊은 유저들이 많은 편인데(사실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런 편이고요), 한자콕이 발트해를 누비고 다니던 시대는 어쩐지
생소합니다.
사실 게임 소재란 어차피 게임을 포장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겠지만 14세기 발트해 보다는 대항해시대 지중해를 다뤘다면 더욱 흥미 있는 소재로 많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항해시대 2편에서는 한자콕이 이런 배로 묘사됩니다.
이건 거의 요트 수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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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서는 이 정도로 묘사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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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에게 친숙한 대항해시대인 1600년대와 비교할 때 당시는 항해기술도 딸리고 교역의 규모도 훨씬 작았던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 게임에서는 한자콕 상선 1대를 모든 플레이어가 사이 좋게(?) 공동으로 빌려서 쓰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코펜하겐에서 물건을 사고 싶은데 이전 플레이어가 리가에서 턴을 마쳐서 리가에서 배를 출발시켜야 한다거나 하는 마음 상하는 일도 발생하게 됩니다.
대항해시대에 익숙한 유저들은 한자콕 상선 1척을 여러 명이 나눠 쓰는 이 상황이 더 없이 암담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대항해시대의 영웅들도 그 시작은 다들 미미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도시 위에는 각 플레이어의 세력을 나타내는
상점이 놓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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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오른쪽 아래에는 재 공급을 위한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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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진행방식
게임이 시작될 때 플레이어는 3만큼의 돈과, 3개 도시에 2개씩의 상점을 가진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며 플레이어의 턴은 크게 4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단계: 은행에서 3만큼 돈을 얻습니다.
2단계: 돈 1을 지불하고 게임 보드의 모든 비어 있는 창고에 상품을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은 돈이 아까우면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보드 위의 모든 창고가 비었을 경우에는 무조건 해야 합니다. 채워 넣을 여분의 상품은 5개의 스택으로 쌓여 있어서, 한 스택이 바닥나면 다음 스택의 재화를 채워 넣습니다.
3단계: 가지고 있는 돈과 재화를 활용해서 각종 행동을 합니다. 여기서 상품의 구입과 판매 그리고 상업 투자 등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현재 상선이 놓여진 도시에서 다음 3가지 행동 중 1개를 할 수 있습니다.
상품구입: 도시에 가장 많은 상점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1만큼 돈을 지불하고 도시의 상품을 1개 구입합니다. 플레이어가 현재도시에 가장 많은
상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공짜로 구입합니다.
상업투자: 가지고 있는 재화 중 1개를 버리고 상품의 가치만큼 현재도시 위에 상점을 개설합니다.
상품판매: 같은 종류의 재화가 2개 이상 있고, 현재 도시에 자신의 상점이 있어야 판매가 가능합니다. 같은 종류의 상품들을 세트로 판매하고
점수를 얻습니다. 이때 해당 재화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해당 상품을 1개씩 버려야 합니다.
도시에서 행동을 하지 않거나, 행동이 끝난 뒤에 돈 1을 지불해서 배를 다른 도시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동한 도시에서 원하는 액션 1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원하는 만큼 상선을 옮기며 원하는 만큼 행동을 합니다.
4단계: 소지하고 있는 현금을 3만큼만 남기고 세금으로 냅니다.(판매한 상품은 잃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턴을 진행하다가 4/5이상의 재화가 재 공급되면, 마지막 플레이어의 턴을 마친 뒤 게임은 끝납니다. 판매한 상품과 도시에 남아 있는 상점에 따라 점수를 얻습니다.
일단은 돈 관리가 생명
턴의 흐름 중 중요한 부분은 3번째의 상업 행동 단계인데, 이 부분은 진행 방식의 자유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죠. 이 게임의 돈은 상품의 재공급을 위한 비용과,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비용, 그리고 상선을 이동시키기 위한 운임으로
쓰이는데, 항상 도시 내 행동은 1번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여러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여러 도시를 순회해야 합니다. 운임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결국 한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개수는 소지한 돈과, 각 도시에 개설된 자신의 상점 개수에 의해 정해지게 됩니다. 또한, 3만큼의 돈을
다음 턴을 위해 남길 수 있다는 것은 다음 턴에 더욱 많은 행동을 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투자할 것인가? 팔아서 점수를 얻을 것인가?
게임에서 점수는 주로 상품 판매로 얻어집니다. 하지만 상품을 모아서 파는 것 못지 않게 각 도시에 상품을 뿌려 상점을 늘리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한 도시에 자신의 상점이 가장 많이 개설되어 있을 경우, 상품을 공짜로 얻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한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이 늘어납니다. 설령 해당 도시의 상품을 다른 플레이어가 구입하게 되더라도 돈을 1 얻게 되므로 자신의 턴에서 그만큼 행동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도 도시에 상점이 최소한 1개 이상 필요합니다. 여러 도시에 상점이 있다는 것은 그때그때 상품을 판매할 곳을 확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상품을 팔지 못하고 가지고 있으면 종종 다른 플레이어가 해당 상품을 팔아버리는 경우, 상품을 잃어버리는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게다가 한 턴이 끝날 때 상품을 3개까지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상점을 여러 도시에 개설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상점은 플레이어의 세력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초반에는 절대적으로 가진 상품을 각 도시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투자해야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투자 우위를 바탕으로 점수를 내는 데
주력하는 것이 게임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시점이 언제냐 하는 것인데, 이 시점을 잘못 잡을 경우 게임
후반에 힘들어지거나 점수를 제대로 내기 전에 게임이 끝나 버리거나 하는 사태를 맞게 됩니다.
집중 투자냐? 분산 투자냐?
각 도시의 전략적인 입지는 자못 다릅니다. 창고가 큰 도시도 있고, 상품 창고는 적지만 위치적으로 좋은 지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도시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보드 위에 나타나 있는 상선의 진행루트에 따라 연결된 도시들을 같이 선점할 경우에는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보드 위에는 이른바 삼각무역을 할 수 있는 3각형 연결 지역이 더러 존재하며, 이런 곳들을 잘 선점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상선의 위치는 참으로 가변적입니다. 턴이 시작될 때 상선의 위치가 자신이 집중
투자한 지역 위에 놓여져 있다면 많은 거래 이익이 기대되지만 플레이어 간 견제가 일어나면 이전 플레이어가 절대 다음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곳에
상선을 놓고 끝내줄 리가 없습니다. 연결을 활용한 집중 투자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상품 판매할 곳을 확보하기 위해, 상선이 어디에 있더라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분산해서 투자할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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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은 게임을 원한다면
이 게임의 디자이너인 Michael Shacht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훌륭한 디자이너 중 하나며, 특히 거점을 차지하고, 세력권들을
연결하는 스타일의 전략 게임에 대해 훌륭한 재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자 역시 세력권의 분포와 그 연결에 따라 전략적 이점이 발생하는 그의
작품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전략 게임이 1시간 3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데 비해, 한자는 익숙해지면 30분 정도에도 끝낼 수 있는 부담 없는
게임시간을 자랑하며, 그러면서도 높은 전략적 완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임의 목표나 전략적인 포인트가 아주 분명하기 때문에 게임 몰입도
역시 매우 높으며, 전체적인 게임 진행은 깔끔한 편입니다. 한자는Michael Shacht의 전략 게임 노하우가 결집되어 있는 수작이며,
2004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